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논쟁…쟁점은?

이용자 후생 증가 vs 시장지배력 남용 '팽팽'

일반입력 :2014/06/12 18:33    수정: 2014/06/13 09:53

인가제 폐지와 시장 구도 고착화는 무관하다. 오히려 요금 인가제 우산 속에서 후발사업자가 안주한 결과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측면에서 인가제는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SK텔레콤)

인가제를 이용한 요금규제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견제에 있다. 번호이동제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SK텔레콤의 50% 점유율은 여전하다. 결합시장의 지배력 전이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KT)

가계통신비 인하와 경쟁 활성화를 위해 인가제를 폐지하자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요금인하는 신고 만으로 가능하다. SK텔레콤이 구조적 경쟁 우위를 통해 요금제를 시장지배력 강화에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인가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시장상황에 역행하는 것이다.(LG유플러스)

12일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동통신3사는 이처럼 통신요금 인가제 규제 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인가제 폐지가 이용자 후생에 이익이라는 주장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

일단, 정부는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방안으로 ▲인가제 보완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 ▲완전 신고제 전환 등 3가지 안을 제시하고, 이달 내에 결론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인가제 보완이나 신고제 보완 쪽으로 논의를 진행한 이후에 완전 신고제 전환 쪽으로 가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정부의 인가제 개선 구상안 별 차이점은?

우선 ‘인가제 보완’은 현행 인가제를 유지하면서 사전심사를 완화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용자 보호와 이용자 차별 부분만 사전심사를 하고 요금 적정성 여부는 사후 규제로 하겠다는 뜻이다.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보완하는 방식은 첫 번째 안과 유사하다. 인가제를 폐지하지만 현행 신고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변정욱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첫 번째 안은 이용자 보호 등 기존 인가제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두 번째 안은 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전 신고제 전환은 현 상황과 비교해 급진적인 방법으로 1위 사업자도 사전심사 없이 신고 접수 하겠다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공정경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사전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사업자 별로 보면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완전 신고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KT, LG유플러스 등 후발 사업자들은 인가제 유지가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폰(MVNO) 진영 역시 인가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인가제 폐지 “시장 지배력 남용 인정하는 것”

현행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위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게 KT와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인가제의 가장 큰 이슈는 이용자 차별이나 보호가 아니고 인가제 자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지칭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본 뒤에 검토하자는 것”이라면서 “KISDI의 발표는 이용자 입장만 따지고 시장 지배력 전이는 명시되지 않고 막연하게 사후규제로 하면 안되겠냐는 내용만 담겼다”고 반박했다.

즉, 인가제 폐지를 논하면서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전이와 관련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에 적절한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학주 상무는 “인가제는 요금 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가제 이슈를 유발시킨 불균형적인 경쟁 상황을 보면서 다룰 문제”라며 “요금제 인가제 하나만 가지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KT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어떻게 남용되는지에 대한 고찰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충성 KT 상무는 “통신요금 규제는 2가지 측면이 있는데 KISDI 발표는 이용자 후생에만 집중하고 시장 지배력 견제를 통한 핵심 규제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사례로 SK텔레콤의 초고속 인터넷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들었다. 알뜰폰이 5%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시장 경쟁을 촉발시킬 수준인 ‘급증’이라 표현했는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은 SK텔레콤의 재판매를 통해 9%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 지배력 전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인가제 폐지로 요금경쟁, 이용자 후생 증가

현행법에 따라 1위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인가제를 두고 SK텔레콤은 당연히 폐지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가제가 폐지돼야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 이익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선발 사업자가 가진 시장 지배력으로 가입자를 늘리고 요금 인상을 하거나 지금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선발 사업자가 요금을 약탈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탈적인 요금을 설정할 경우 경쟁사 역시 대응하고 이는 심각한 매출의 타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특정 사업자가 보조금을 투입할 때 경쟁사가 따라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성호 상무는 또 “현재 인가제에서는 요금 인하의 경우에는 신고를 하지만, 요금 인하 구간 조정, 형태 변경 등을 했을 때도 인가를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시장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따라 신규 요금제를 인가 받는게 아니라 신고만 하면 되는 완전 신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 상무는 “이동전화 시장의 성장기 관점에서 탈피해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면에서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사업자간 경쟁이 부족한 것은 요금 인가제와 같은 규제 우산 속에서 후발 사업자가 안주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시기적으로 적기인가?

인가제 존폐 논란을 두고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오갔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마침 단통법 통과로 보조금에서 요금 경쟁으로 변환하는 시점에 시의 적절한 조치”라며 “시장 창의와 혁신의 발현돼야 이용자 후생 증진과 ICT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단통법은 오는 10월에나 시행되는데, 인가제 폐지 논의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시행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법이 시장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본 뒤에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시장 지배력은 여전하고 경쟁 상황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알뜰폰이 활성화되고 단통법이 정착된 이후에 시장 경쟁 상황에 따라 인가제 유지나 보완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인가제 내용을 다루기 전에 시장 상황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이며, 아직은 1위 사업자의 인가제를 폐지해 적절한 공정 경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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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현행 인가제 안에서도 요금 경쟁이 가능할 수 있다”며 “신고제로 전환할 때 이용자 이익이 증대되는 방법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분석된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즉, 제대로 된 인가제 폐지나 보완 또는 유지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다뤄야 할 내용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