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앱' 슬립이프유캔, 일본 시장 노크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4/05/26 14:36    수정: 2014/05/26 16:34

“저 스스로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만든 앱이에요. 지금 불편한 걸 해결하려고 만든 앱이 일본까지 진출하게 됐네요.”

악마의 앱이라 불리며 해외 매체들서도 관심을 받았던 토종 알람 앱 ‘슬립이프유캔(Sleep If you can)’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개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올해 26살인 신재명 대표는 최근 ‘슬립이프유캔’을 일본 KDDI에서 운영하는 앱 장터인 ‘스마트패스’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스마트패스는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900개 유료앱을 선정, 가입자에게 소개하는 폐쇄형 오픈마켓이다. 스마트패스 상품 가입자는 장터의 앱을 무료로 사용가능하고, 앱 제공업체는 800만명의 스마트패스 상품 가입자가 내는 372엔의 이용료를 사용량에 따라 분배받는다.

스마트패스에 등록되는 앱은 KDDI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국내 개발 앱 중에 솜노트 등 10여개만 진출한 상태다.

“KDDI 입점은 일본 퍼블리싱을 맡고있는 워터베어소프트사의 도움이 컸어요. 워터베어소프트가 전담해 마케팅해줘 스마트패스 입점을 소개받았고, KDDI와도 소통하게 됐습니다. 수 개월 동안 검수를 거쳐서 스마트패스에 입점하게 된 만큼 계속해서 앱 퀄리티를 높여 일본 내에서 인지도를 쌓을 생각입니다.”

신대표는 2012년 소프트웨어마에스트로 2기 연수생 시절 ‘슬립이프유캔’을 개발했다. 본인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는 걸 너무 힘들어하는 탓에,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는 개인적 필요로 만들었다고 한다.

앱을 만들기 전 신 대표가 취한 아침기상법은 화장실에 알람시계를 가져다놓는 것이었다. 그러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라온 라모스알람이란 알람시계 제품을 보게 된다. 라모스알람은 시계와 알람을 끄기 위한 키패드로 구성된다. 시계는 보조배터리를 내장해 건전지를 빼도 알람을 멈추지 않으며, 알람을 끄려면 다른 곳에 설치한 키패드를 눌러야 한다. 이 시계는 한대당 40만원이란 높은 가격에도 1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라모스알람이 성공하는 걸 보고 확실히 니즈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평소에 하던 무언가를 스마트하게 풀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라모스알람을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처음엔 QR코드를 찍어서 끄는 방법을 떠올렸는데, QR코드 프린트하고 붙이고, 아침마다 QR코드를 찍어야 해서 귀찮을 거 같았죠. 그러다 귀찮지 않고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사진으로 정했어요.”

슬립이프유캔은 사용자가 화장실, 현관 등 특정 침실에서 떨어진 위치의 사진을 찍어 등록해놓으면 해당 장소에서만 알람이 해제된다. 알람을 끄려면 무조건 침대에서 일어나야 한다.

슬립이프유캔은 2012년 9월 구글플레이 스토어, 2013년 3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됐다. 그리고 미국 씨넷에 ‘악마의 앱’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운처럼 보이지만 신 대표가 전세계 기자리스트를 뽑아 수많은 메일을 보낸 뒤에야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이후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홍보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적지 않은 노력도 뒤따랐다.

“앱을 올린 첫 달에 2천~3천만원 매출을 내서 금방 성공하겠다 싶었는데, 아무것도 안하니까 다운로드가 쭉쭉 떨어지더라고요. 앱 퀄리티도 문제였고, 마케팅을 할 만한 이슈 포인트가 몇차례 있었는데 그 포인트를 잘 못잡았던게 후회돼요. 이제 일본 KDDI 진출하고, 버그 수정과 리뉴얼 하면서 다음달 마케팅을 할 예정입니다.”

신대표가 애초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그는 SW마에스트로를 거쳐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줄곧 연구자로 남을 생각했다고 한다.

“원래 벤처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창업한 초기엔 앱 비즈니스 같은 여러 세미나를 들으러 다녔지요. SW마에스트로 과정중 서바이벌 형식으로 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사업화 과정으로 세미나를 매주 해줍니다. 회계, 서비스운영, 퍼블리싱 같은 내용이에요. 매주 듣고, 찾아다니면서 강연을 보다 보니, 글로벌로 하면 돈도 벌 수 있겠다 싶어서, 아이폰용은 유료앱으로 내놨던 거에요.”

1.99달러짜리 유료버전과 무료버전으로 제공되는 슬립이프유캔은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는데도 생각보다 큰 돈을 벌진 못했다고 한다. 알람이란 영역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아보이기도 한다.

“처음 개발할 때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서 만들지 않았어요. 요즘은 콘텐츠 쪽에 초점을 맞춰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래도 일단 앱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퀄리티부터 높이려 합니다. 알람은 에러에 민감해서 작동이 잘 안되면 욕을 많이 먹거든요. 일단 앱 퀄리티부터 높여놓고 비즈니스 모델은 차차 생각해볼래요.”

신 대표는 현재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 재학생 신분이다. 학업과 연구실 프로젝트와 회사 운영을 어렵사리 병행하고 있다. 병역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힘들기는 해요. 그래도 연구란 게 크리티컬하진 않더라도,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벤처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생각하는 방법이라든가, 연구와 벤처 사이의 교차점이 여기에 있는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벤처기업 경영에 대한 꿈은 참 소박하다.

“회사에 올인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을 빨리 해보고 싶어요. 마음 맞는 팀을 꾸려서 해보고 싶은 것을 막 만들어내고 싶구요. 제가 불편한 걸 해결하기 좋아해서, 앞으로도 불편을 해소해주는 무언가를 만들어가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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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인 딜라이트룸에는 자신의 꿈이 담겨 있다.

“SW마에스트로 마지막 단계는 같은 방에 10명끼리 모여 거의 같이 살면서 지냈어요. 이때 우리끼리 재밌는 걸 엄청 많이 만들어요. 아이디어 회의하다가 그 자리에서 만들어 보는 분위기였는데, 그게 정말 좋더라구요. 그때 저희 방 이름이 D룸이었어요. 알람 앱 아이디어도 D룸에서 함께 했던 형이 피드백을 해줬죠. 딜라이트룸은 D룸의 분위기가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은 이름입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그런데 돈도 벌 수 있는,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능률이 엄청 나더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돈이요? 물론 벌고 싶죠. 그래야 하고 싶은 걸 계속 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