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널린 도구 중 메모가 가능한 기기는 스마트폰, 태블릿, PC키보드 등 여러가지다. 하지만 전화통화 중 메모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메모지와 펜을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회의 내용이나 미팅 내용을 정리할 때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대신 여전히 종이 다이어리가 편하다. 지난 2011년 처음 등장한 갤럭시노트는 와콤 전자펜과 필기인식 소프트웨어로 패블릿 붐을 일으킨 것은 이 때문이다. 요컨대 여전히 손으로 쓰는게 간편하고 직관적이라는 이야기다.
8인치 미만 인텔 태블릿 중 전자펜을 쓰는 제품은 없을까? 에이수스 비보탭 노트8(이하 노트8)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 윈도 8.1과 오피스 2013이 설치되어 있어서 업무에 활용하기 좋은데다 원노트 등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메모한 기능을 클라우드에 수시로 저장할 수 있다. 펜 끝의 압력을 최대 1024단계까지 인식하기 때문에 간단한 스케치도 할 수 있다.
■“시작 버튼은 어디로 갔지?”
인텔 태블릿은 대부분 윈도 8.1을 기본 탑재한 탓에 화면 아래 시작 버튼을 달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트8은 시작 버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에이수스 로고만 있다. 로고를 눌러도 당연히 아무런 반응도 없다. 문제의 시작 버튼은 제품 왼쪽에 아무런 표시도 없이 달려 있다. 윈도 로고라도 옆에 작게 새겨줬더라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다소 당황스럽다. 저장공간 용량을 늘리는데 필요한 마이크로SD카드 단자는 시작 버튼 바로 아래 달았다. 64GB SDXC 카드도 잘 인식하지만 덮개가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마이크로SD카드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가로·세로 길이는 133.8mm/220.9mm이며 A4 용지의 절반 수준이다. 터치스크린에 전자펜을 인식하기 위한 디지타이저가 더해진 탓에 두께는 10.95mm로 늘어났다. 색상은 블랙 한 종류 뿐이며 뒷면에는 무광택 재질 코팅을 했다. 땀이 난 손으로 잡아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전면 카메라는 126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5백만 화소이며 간단한 자료 사진을 찍거나 스카이프 등으로 영상통화에 적당하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시작 버튼이나 전원 버튼 등 각종 버튼이 너무 뻑뻑해 누르는데 힘이 든다. 전면 화면에 땀이나 지문이 묻으면 눈에 잘 띄는 것도 흠이다.
노트8도 7·8인치 인텔 태블릿처럼 아톰 Z3740(1.8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썼다. 성능이나 반응속도 면에서 다른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고 오래 써도 심하게 뜨거워지지 않는다. 저장공간은 플래시메모리와 컨트롤러를 결합한 64GB eMMC(SK하이닉스 HCG8E)를 썼는데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확인한 읽기 속도는 최대 80.68MB/s, 쓰기 속도는 최대 33.27MB/s다. 저장공간의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장치 암호화’ 옵션을 설정에서 꺼 주면 읽기 속도가 140MB/s 수준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프로그램 설치/삭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실행이나 웹브라우저 실행이 주된 용도라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메모리는 DDR3 2GB로 고정되어 있고 추가로 늘릴 수는 없다. 디스플레이는 8인치, 1280×800 화소 IPS 화면을 달았는데 시야각이나 색상 정확도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화면을 돌릴 때마다 자동으로 방향이 바뀌지만 고정할 수 있는 버튼이나 스위치는 없다. 윈도 8.1 설정 메뉴를 이용해 화면을 고정하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화면에 손 얹고 필기 가능해
다른 인텔 태블릿에는 없고 노트8에만 있는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전자펜을 이용한 필기 기능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나 아티브탭3처럼 와콤 전자펜 기술을 썼다. 펜에 건전지나 충전지를 넣을 필요가 없고 가벼워 손에 오래 들고 있어도 피로가 덜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본체 아래에 든 펜을 꺼내 화면 위로 가져가면 터치 입력이 무시되기 때문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메모하거나 그림을 그려도 된다.
화면 위에 펜을 올릴 경우 초점이 어디에 맺히는지에 따라 그림이나 글씨를 쓸 때 정확도가 크게 다르다. 내장된 펜을 쓸 경우 펜촉이 화면에 실제로 찍힌 위치에서 약간 오른쪽 위 지점에 초점이 잡힌다. 전자펜에 따라 편차가 조금씩 있는데 전자펜 ‘와콤 뱀부 스타일러스 필’은 화면에 가져다댄 펜촉과 초점이 맺히는 위치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감도는 최대 102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고 원노트나 기타 애플리케이션에서 펜으로 선을 긋는 강도에 따라 획의 굵기가 달라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아래로 달린 스테레오 스피커 때문에 펜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오작동하는 경우도 많다. 또 펜 끝이 닳았거나 다른 느낌의 펜을 쓰고 싶을때 펜촉만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펜촉을 교체해 쓰고 싶다면 다른 와콤 스타일러스 펜을 사서 쓰는게 낫다.
■제대로 전자펜 쓰려면 와콤 드라이버 설치해야
윈도 8.1에 기본 내장된 제스처 기능을 쓰면 화면을 펜으로 누른 채로 상하좌우로 움직여 원하는 기능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기능이 제한적인데다 감도 조절도 힘들다. 보다 정확한 펜 입력이 필요하다면 와콤 웹사이트에서 필 드라이버 최신 버전을 설치하면 된다. 드라이버 설치를 마치고 재부팅하면 펜의 감도와 인식되는 위치도 조정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를 전자펜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윈도 8.1 타일 메뉴나 웹페이지 스크롤은 터치로 조작하는 게 훨씬 더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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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탭 노트8은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데 치중한 태블릿에 펜 기능을 넣어 아이디어 메모나 스케치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피스 인증을 마치면 아이디어 기록에 특화된 원노트까지 무료로 쓸 수 있다. 다만 전자펜 드라이버가 너무 기본적인 기능만 내장한 탓에 제대로 활용하려면 와콤 드라이버를 설치해 주어야 하고 후면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는 일부 영역에서는 펜이 오작동하는 것이 아쉽다.
가격은 64GB 제품이 45만원 가량인데 해상도와 프로세서, 저장장치 용량이 같은 다른 제품보다는 6~7만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전자펜 입력이 가능한 동시에 윈도 운영체제로 돌아가는 태블릿 중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이 제품을 따라갈 제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