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하반기부터 국내 출시되기 시작한 인텔 태블릿은 국내에서 6천대 이상 팔리며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윈도 8.1을 써서 쓰는 방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는데다 기존 윈도 애플리케이션이 그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호환성 걱정도 적다. 무엇보다 ‘사실상 표준’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무료로 쓸 수 있어 간단한 업무 처리도 편리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인텔 태블릿은 7인치에 1366×768 화소 디스플레이를 단 제품이 대부분이다. 웹서핑이나 동영상 감상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게임이나 문서 편집에는 화면이 좁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레노버 씽크패드8(이하 씽크패드8)은 2014년 5월 현재 국내 정식출시된 윈도8 탑재 베이트레일 태블릿 중 유일하게 1920×1200 화소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전자책이나 PDF 문서를 읽기도 좋다.
■8인치에 풀HD 화면 담아
씽크패드8은 여느 인텔 태블릿과 생김새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정색 본체에 8인치 화면을 넣었고 길이는 가로 13.2cm, 세로 22.4cm로 단행본이나 메모장과 비슷하다. 8인치 1920×1200 화면 주위에는 6mm 가량 테두리를 두었다.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한 손으로 들고 문서나 웹페이지를 읽을 때 손바닥이 닿아 터치가 오동작하지 않도록 여유를 두었다. 화면 아래 시작 버튼도 터치로 작동하지만 오작동을 막기 위해 약간 세게 눌러 주어야 정상 작동한다.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 리셋 버튼과 충전 등에 자주 쓰이는 USB 3.0 단자는 오른쪽에 달았다. 스마트폰 충전에 흔히 쓰이는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꽂으면 바로 충전 가능하지만 출력이 5W(5V 1A)는 넘어야 한다. 윈도 운영체제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기기가 멈추면 클립이나 옷핀으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리셋된다. 마이크로SD카드 단자는 제품 왼쪽에 달았고 고무 마개로 닫아 놓았다. 스피커는 화면 뒤로 달았지만 스테레오 방식이며 이어폰 단자도 비슷한 위치에 달았다. 무게는 8.8mm, 무게는 430g으로 아이패드 에어 미니나 넥서스7(2013)보다는 무겁다.
■저장공간 속도는 보통, 메모리 용량 아쉬워
내장한 프로세서는 태블릿용으로 설계된 인텔 아톰 Z3770(베이트레일) 쿼드코어이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중 가장 성능이 높다. 고해상도 화면을 더 잘 처리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소비 전력은 최대 2W 미만이며 내장 그래픽 기능도 갖췄지만 3D 게임까지 잘 돌아갈 정도는 아니다. 윈도 8.1 부팅 시간이나 프로그램 실행 소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아쉬운 것은 메모리 용량인데 DDR3 2GB다. 윈도 8.1이 메모리를 최대한 아껴쓰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부팅을 마치면 1GB 정도를 남기기는 하지만 인터넷 창을 두세개만 열어도 금새 300MB 이상을 쓴다.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다 보면 프로그램 전환이 늦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장공간은 메모리카드의 일종인 eMMC를 달았고 64GB 모델은 윈도 운영체제나 복구 영역을 제외하면 약 30GB를 쓸 수 있다.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측정한 결과는 최대 읽기 속도 166.5MB/s, 최대 쓰기 속도 63.25MB/s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보다는 빠르지만 속도는 데스크톱PC용 최신 SSD의 25%~30% 수준이다. 음악·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는 마이크로SD 카드에 저장하면 저장공간의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화면 커진만큼 배터리 소모도 늘어
8인치 풀HD 화면을 달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화면이 보다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첫 화면에 나타나는 날짜와 시간만 보아도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워드 등 오피스 문서 파일이나 PDF 파일을 띄워 놓고 읽을 때 가독성은 윈도 운영체제를 쓴 인텔 태블릿 중 최고 수준이며 문서 확대/축소도 시간차 없이 이뤄진다. IPS 패널을 써서 시야각에 따른 왜곡이나 변색 현상도 적다.
다만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달면서 그만큼 소모하는 전력량도 많아졌다. 완전충전 상태에서 계속 USB 충전기에 연결해 두면 지속적으로 500mA 이상 전력을 끌어간다. 오래 쓰다 보면 프로세서 열을 내보내는 방열판이 있는 후면 카메라 부근이 상당히 뜨거워진다. 풀HD 동영상을 한 시간 재생하면 배터리 용량이 19% 줄어들며 3D 게임을 실행하면 불과 30분만에 22%나 줄어든다. 배터리 용량은 3.8V 5400mAh이며 같이 딸려온 10W(5.2V, 2A) 충전기를 이용하면 약 3시간만에 충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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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또 있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PC에 USB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과 데이터 교환이 동시에 가능하다. 하지만 씽크패드8은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PC에 연결해도 단순히 충전만 가능하며 파일 복사나 삭제는 불가능하다. 마이크로SD카드로 일일이 파일을 옮기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USB 플래시 메모리 등 저장장치를 꽂고 싶다면 USB 3.0 OTG 케이블을 따로 사서 꽂아야 하지만 OTG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충전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하나 문제는 바로 마감문제다. 본체와 뒷면 커버를 고정하는 나사는 왼쪽 위에 단 하나 달려 있는 탓에 떨어뜨리는 등 외부 충격을 가하면 틈이 바로 벌어진다. 반대편 대각선에도 나사를 한 개 더 달아 단단히 고정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전원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에서 윈도 운영체제를 종료하면 전원 버튼을 눌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가격은 64GB 제품이 54만원 선, 128GB 제품이 63만원 선이며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면 128GB 제품을 사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