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요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가입자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고속성장 중이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여기에 SK텔링크에 이어 LG유플러스와 KT 등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사업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파이는 줄어들고 있고, 소비자 민원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307만4천명으로 전체 이동전화가입자 5천516만6천명(3월말 기준)의 약 5.5%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 알뜰폰 가입자는 약 177만9천명이 증가한 426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대비 약 2배 성장하며 122만명 순증(126만→248만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다도 가입자 증가속도가 빠른 편이다. 알뜰폰의 인지도 확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도 지난 9일 현재 9만8천명을 넘어서며 1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입자 증가하는데 수익은
이처럼 알뜰폰 가입자는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익에서는 큰 재미를 보고 있지 않다. 가입자당 월 평균 수익(ARPU)이 낮은 선불폰 가입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3월말 기준으로 전체 알뜰폰 가입자 286만8천명 중 123만명이 선불폰 가입자다. 비중은 약 43%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가 선불가입자 모집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들 가입자 비중이 높다”며 “선불가입자 중 상당수가 몇 번 충전하다 이용을 중단한 사람들이 많아 가입자 수로 잡히지만 수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알뜰폰 가입자가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5.5%에 이른다고 하지만 ARPU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불폰 가입자를 제외하면 실제 비중은 3%대에 불과할 것”이라며 “때문에 각사마다 선불가입자 비중을 줄이고 후불가입자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위 알뜰폰 업체의 선불폰 가입자 비중도 이 같은 결과와 다르지 않다. SK텔링크는 자사 48만 가입자 중 약 40%가 선불폰 이용자이며, 약 12만 가입자를 보유한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역시 선‧후불 가입자 비중이 35대 65 정도다. 기존 이동통신3사와 같이 후불가입자 위주로 사업을 시작한 CJ헬로비전만이 선불가입자 비중이 제로다.
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3사의 선불가입자 비중이 2.2%, 1.4%, 1.8%에 불과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 이통3사, 저가요금 전략도 위기 부추겨
이동통신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추진 중인 것도 알뜰폰 업계에는 리스크다. 이통3사의 진출은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로 시장경쟁을 활성화시켜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하겠다는 정부정책의 취지와도 어긋나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는 이통3사가 시장을 고가와 저가로 나눠 기존 5:3:2의 시장구조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는 전체 이동전화 시장에서 알뜰폰 시장점유율을 5% 정도에서 최대 10%로 예상했다”며 “이통3사의 알뜰폰 진출은 포화된 시장에서 저가 시장마저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트워크와 전산시스템을 이통3사에 의존해야 하는 알뜰폰 업체들이 이동통신3사와 시장경쟁을 하는 것도 모자라, 저가시장마저도 자회사들과 경쟁하라는 것은 고사당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들과 경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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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8일 소비자원에서 발표한 것처럼 소비자불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알뜰폰 업계에는 악재다. 소비자원은 올 1분기 불만 상담 접수건수가 전년 대비 9.5배(70건→667건) 급증했다며 ‘공짜폰으로 설명했다가 단말기 대금 청구’, ‘가입해지 관련 불만’, ‘약정요금 및 요금 상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가경쟁력이 낮은 알뜰폰 업체들이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불만을 낮추는 등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동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업계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알뜰폰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하겠다는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