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나타기 전 세계 최강의 휴대폰 제조회사였던 노키아가 애플과 삼성전자에 짓눌려 처참하게 망가진 뒤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렸다는 사실은 대부분 안다.
그런데 MS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조직 인수를 완료하면서 유독 한국에 있는 공장 만은 제외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엊그제 나온 뉴스고 중히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한국 공장, 정확히는 노키아TMC가 한때 노키아의 심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당연히 한국 휴대폰 제조산업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었다.
MS가 왜 한국 공장을 배제했는 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노키아TMC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노키아TMC는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 하청공장인 중국의 폭스콘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폭스콘과 달리 TMC는 노키아의 100% 자회사로 존재해왔다.
노키아TMC는 어찌보면 국내 휴대폰 제조 역사보다 더 긴 세월을 한국에서 버텨왔다.
노키아TMC가 한국에 들어온 건 지난 1984년이다. 당시 이름은 탠디모비라통신주식회사였다. 당연히 이 시절에 국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휴대폰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이 해는 국내에 카폰서비스가 처음 선보인 해다. 현재 SK텔레콤의 전신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가 그래서 한국 이동통신서비스 30주년인데 바로 노키아TMC가 한국에 들어온 해와도 의미가 이어진다.이후 이 회사는 1989년 TMC로 1998년에는 노키아TMC로 상호를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진출한 외국계 제조사 가운데 선두로 꼽혔다. 실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 2006년 노키아TMC는 휴대폰 5천500만대를 생산했다. 단일 휴대폰 제조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당시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5%로 세계 1위였다. 5천500만대는 당시 판매량의 절반이다. 브라질, 중국, 핀란드, 독일 공장을 다 합쳐야 비슷한 수치였다.
노키아TMC는 특히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 외국인 투자기업 매출액 1위를 지켰다. 2006년에는 수출 29억달러를 달성했다. 당시 우리 돈으로 3조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기술 역사 측면에서 봐도 남다른 기록들을 갖고 있다. 지난 1985년 국내 최초로 휴대폰을 시험 생산했다. 비록 외국계 기업이었지만 우리나라 근로자의 기술 진보 사례로 꼽힌다. 카폰 모델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노키아 본사 경영진들이 노키아TMC를 전폭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과거의 영예는 애플 아이폰이 나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본사가 적자에 휘청이면서 노키아TMC의 생산량도 줄어들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직원수는 아이폰 출시 이후 노키아가 한참 망가진 뒤인 지난 2012년 9월에만 해도 9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200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3억4천만 달러로 2012년 13억5천만 달러에 비해 무려 1/4 수준으로 줄었다.
TMC가 위치한 마산의 자유무역지역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노키아TMC의 수출 비중은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 가운데 80%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0% 정도로 떨어졌다”며 “(회사 존속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강화하려하지만 본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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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노키아TMC를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휴대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 초창기부터 벤치마킹도 하고 선의의 경쟁 상대이기도 했는데,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