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배상액 왜 57배나 차이 날까

갤럭시 구매 요소 놓고 두 회사 논리 대결

일반입력 :2014/04/22 09:27    수정: 2014/04/22 15:45

김태정 기자

“삼성전자가 우리 특허 5개를 침해했다. 2조2천800억원 배상하라.” -애플-

“침해 안 했다. 침해했다고 가정해도 배상액은 399억원이 적당하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배상액으로 3천840만달러(약 399억원)를 제시했다. 애플이 산정한 21억9천만달러(2조2천800억원)와 비교해 57분의 1 수준이다.

물론, 399억원도 그냥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 애플이 주장하는 5건 특허침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의 얘기다.

결국 삼성전자의 입장은 “우리는 특허침해 사실이 없다. 혹 애플의 주장이 옳다고 가정해도 적정 배상액은 399억원이다.” 정도로 요약된다.

삼성 측 변호인은 애플 측의 배상 요구액에 대해 ‘심한 과장’이며 배심원단의 지적 수준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의 배상액 산정은 시작부터 기준이 전혀 다르다.

우선, 애플은 삼성전자가 ‘밀어서 잠금 해제’, ‘자동 완성’, ‘전화번호 화면을 두드려 전화 걸기(데이터 태핑)’, ‘통합 검색’, ‘데이터 동기화’ 등 5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대목은 이 다음이다.

고객이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 스마트폰-태블릿을 구매하는 이유는 오로지 문제의 5개 특허가 주는 매력 때문이라 게 애플 측 주장이다. 배상액 2조2천800억원은 이를 근거로 나왔다.

지난 8일 법정에 선 애플 측 증인 존 하우저 MIT 교수의 증언이 이를 잘 나타낸다. 그가 시장 파악을 위해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돌렸다는 설문지에는 ‘삼성 제품을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객관식 답으로 해당 특허 5개만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LTE 통신망 지원이나 배터리 성능,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브랜드 등은 애초에 구매 요건에서 제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분을 집중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삼성 스마트폰 구매 결정에는 애플이 주장하는 요인보다 브랜드, LTE, OS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애플은 배심원들의 지능까지 모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삼성 측 증인인 데이비드 레이브스테인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애플의 주장은) 마치 컵 홀더를 보고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꼬집어 화제가 됐다.

다른 삼성 측 증인 주디스 슈발리어 예일대 교수도 “애플이 주장하는 삼성전자 제품들의 수익성은 애플 특허들의 사용보다는 다른 부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평결을 맡은 배심원단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구매 요인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따라 양측 희비가 엇갈릴 상황이다.

월가나 국제 특허 전문가, 외신 대부분은 애플의 산정이 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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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데이터 태핑 특허’ 침해에 따른 스마트폰 대당 배상액으로 모토로라에 6센트를 요구한 애플이 삼성전자에는 12.49달러를 요구, 이른바 ‘바가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22일, 25일 증인 신문을 마무리한 후 28일 양측이 최후 진술을 하고 변론을 종결한다. 이후 배심원들이 평의에 착수해 내달 초 평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