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코딩 배운 초등학생, 공부 방식 바뀐다"

서울교대 부설초 방과후 학습 현장 취재기

일반입력 :2014/04/21 17:06    수정: 2014/04/22 12:30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서 그대로 자랐다는 뜻으로 '네이티브(Native)'란 영어 단어를 쓴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테크네이티브다. 태어났을 때부터 초고속인터넷망과 개인용 컴퓨터, 모바일 기기 환경에 노출돼 자랐다.

이전 세대와는 분명 다른 아이들이다. 세계 각국은 테크네이티브 세대에게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컴퓨터언어를 이해하고 명령을 내려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교육' 혹은 '코딩교육'이 그것이다.

영국은 오는 9월부터 정규 수업시간에 코딩과목을 포함시킨다. 핀란드도 정규과목화를 논의 중이다. 미국은 최근 하루 1시간 코딩을 하자는 '아워 오브 코드'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성공시키며 코딩 바람몰이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들어 어느 때보다 소프트웨어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 창의인재 육성의 방법으로 코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의도는 좋으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영국이나 미국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코딩교육 저변을 넓혀 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코딩교육 현장은 어떨까?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이런 물음을 안고 최근 서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방과후 코딩 교실을 찾았다.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나고 여러 가지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수업 신청이 끝나고 민간단체인 소프트웨어교육봉사단이 운영하는 무료 코딩 교육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해 25명이 등록을 마쳤다. 담당 강사인 서울교대 홍명희 교수는 이날이 이번 학기 개강 후 3번째 수업이며 매주 화요일 마다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서울교대 부설초의 코딩 교육환경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컴퓨터 실습실에는 자리마다 맥이 설치돼 있고 홍 교수 외에 부설초 선생님 2명이 보조강사로 도움을 줬다. 자원봉사자 1명도 참여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속속 자리를 채웠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이날 수업 목표였다. 가위, 바위, 보 차례대로 바뀌는 손 모양을 2개 만들어 멈췄을 때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MIT미디어랩이 개발한 스크래치라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프로그램을 써서 게임을 만들었다. 레고 블록처럼 명령어 조각을 끼워 맞춰 쉽게 코딩을 배울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저학년 학생들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은 먼저 세가지 손 모양을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파란 깃발을 눌렀을 때 세가지 손 모양이 순서대로 바뀌도록 명령 블록을 집어 넣었다. 또 다른 명령으로 스페이스 키를 눌렸을 때 멈추도록 코드를 짰다.

똑 같은 과정을 반복해 움직이는 손 모양을 하나 더 만들면 파란 깃발을 눌렀을 때 두 손 모양이 빠르게 움직이다가 스페이스를 눌렀을 때 동시에 멈추게 된다. 가위바위보 게임이 거의 완성된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도를 잘 따라왔다. 한 학생에게 어떻게 만든 거냐고 설명해 달라고 묻자 원리를 술술 설명했다. 그냥 책보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두 명이 짝을 이뤄 게임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계속 오른쪽 손만 이긴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토론이 벌어졌다. 가위바위보를 내는 순서를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에는 두 손이 계속 비겼다. 결국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중에 난수를 배우게 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 안 배웠으니까 지금은 한쪽 손이 바뀌는 속도를 느리게 조정 해보라고 알려주자 그 때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다른 아이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더니 선생님한테 배운걸 가르쳐 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 아이들은 한 컴퓨터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집에 가서 다시 해볼 수 있게 프로젝트 파일을 서로 공유해주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지면 벌칙이 나올 수 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코딩을 배워서 동물을 키우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한시간 코딩 교육에 참여해 본 결과 요즘 아이들은 테크네이티브라 기술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이 눈에 띄였다. 또 코딩교육이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서울교대 홍명희 교수는 지금까지 코딩 지도 경험을 보면 코딩 교육은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생활 밀착형 교육이며 미래 교육이다는 점을 알았다며 실생활 문제를 마이크로 월드로 구성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최적의 학습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컴퓨터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달라졌다. 그 보다 더욱 보람 있는 것은 다른 교과를 공부 할 때에 공부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앞만 보고 공부하다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게 됐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코딩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방과후 코딩 교실이 설치된 학교도 많지 않다. 소프트웨어교육봉사단은 지난해 20여개 학교에서 올해 25개로 방과후 코딩 교실 수를 늘렸지만 만족스러운 증가는 아니다.

한 학기에 10주 정도 교육을 하는데 연속된 커리큘럼은 없다는 점도 아쉽다. 10주 교육 후 다시 코딩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된다. 아직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커리큘럼을 꾸준히 적용해 볼지에 대한 시도가 민간에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홍 교수는 시간과 교사가 한정돼 있는 터라 지금은 여러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코딩 교육은 한 학기로 충분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 일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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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코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도 크다. 보통 담당 교수1명과 교수의 조교들이 함께 봉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내 컴퓨터 실습실이 열악한 곳도 많다. 소프트웨어교육봉사단이 방과후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안양의 한 중학교에는 여전히 윈도XP가 설치된 PC에서 CRT모니터가 달린 환경 배우고 있다.

홍명희 교수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최소한의 코딩교육의 기회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교과 이기주의와 교육의 시장화 논란에 밀려 코딩 교육이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점차 분위기와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국민 모두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의 변화에 인식하여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