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코딩 교육이 이슈다. '창조경제 전도사' 미래창조과학부가 총대를 메고 가급적 많은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기 위한 판을 짜기 위해 분주하다. '코딩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구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가능한 한 빨리 SW를 학교 정규과목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우물에서 숭늉 찾기'이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쓰려는 일'과 같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섣불리 급하게 추진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기자는 지난 몇 년간 학생들에게 방과 후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일에 참여했다는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를 최근 만났다. 정부 차원에서 하도 '코딩 교육', '코딩 교육' 하길래 민간에서 이뤄지는 코딩 교육 현장도 활기가 넘칠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찬바람만 느껴졌다고 한다.
관계자에게 아이들이 코딩 교육을 재미있어 하는지 물었다. 중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확실히 흥미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나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름 소질이 있고 코딩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과정을 완주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딴짓을 하고 결국엔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과 속도는 제각각이다.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스크래치 같이 블록을 끼워 맞춰 명령을 짜는 단순한 프로그램은 다들 잘 따라오지만 도구가 복잡해지면 헤매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적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툴은 꽤 복잡하다. 한번 흐름을 놓치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쯤되면 수포(수학 포기)처럼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잃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명의 교사가 투입돼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교사와 보조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SW교육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 하는 대학교수들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 단체는 국내 SW교육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강사진 수는 전국 초중고 중 단 20여 개의 학교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보조교사도 교수들의 대학 제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봉사자 모집을 받고 있지만 신청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는 급진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내심 SW를 정규 교과목으로 만드는 것까지 꿈꾸고 있다. 9월부터 초중 교육에 SW를 정규 과목화하는 영국을 벤치마킹한 뉘앙스도 진하게 풍긴다.
영국에는 초등학교 방과 후 무료 코딩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코드클럽이 있다. 코드클럽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육 봉사자들이 상당하다. 주로 SW 분야에서 뛰고 있는 현역들이다. 1천300 여 개 초등학교에서 클럽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다.
코드클럽이 교육 봉사자들을 활발하게 모으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IT기업들과 영국 정부 지원 사격도 컸다.
코드클럽은 IT기업들로부터 모금한 기부금과 정부의 보조금, 그리고 온라인으로 모은 성금으로 클럽을 운영한다. 클럽 파트너 코너에는 ARM, 삼성, 구글, 모질라 등 글로벌 회사 다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드클럽은 2015년까지 영국 25% 초등학교에 방과후 코딩 교실을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초·중·고교 수는 1만 여 개 정도다. 국내 최대 SW교육 비영리 단체의 여력은 이 중 20개 학교에서 SW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정도다. 0.2%다. 열악해도 심하게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SW를 정규 과목으로 만들자는 함성소리가 일부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영국은 민간에서 커뮤니티 위주의 코딩 교육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정규 교육을 구체적인 실행파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을 벤치마킹하려는 한국도 이런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보는 이는 드문 것 같다. 모로가도 서울에 갈 수 있겠지만 하고 싶지만 할수 없는 일도 많은 법이다.
영국, 미국, 핀란드 등이 최근들어 SW교육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래부가 SW교육을 강화하려 하는걸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정규 과목화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해 관계가 복잡할 뿐더러 한국 교육의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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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의 의욕만 갖고 될일이 아니다. 영국도 SW 정규 교육을 어느날 뚝딱 공론화시킨 것이 아니다. 민간의 지원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냈고 그걸 기반으로 정규과목에 코딩을 넣을수 있었다.
한국도 정규 교육 밖에서 코딩 교육의 가치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다. 정규 과목화 논의는 그때가서 해도 괜찮지 않을까? 기자에 눈에 비친 정규 교육 밖 코딩 교육 현장은 코딩을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는 여론을 만들어내기에는 열악해 보였다. 이런 환경에서 코딩 교육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