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서도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업훈련보다 정규교과 중심의 학습이 중시되는 초중고교 학생들을 포괄적인 코딩교육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민석 NHN넥스트 학장은 코딩 교육에 대해 나름의 생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등학생들에게 코딩을 정규 교육으로 가르치는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아예 무시하는건 아니다. 그러나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이민석 학장에게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코딩교육은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정말 일괄적인 '코딩교육'이 필요하다면 선생님들이 먼저 배워야죠. 학생들이 제대로 된 SW교육을 받을 수 있으려면요.
언뜻 그가 강조한 초중고교생을 위한 SW교육의 방식과 목표는 NHN넥스트가 추구하는 교육과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학생 각자의 성향에 맞춰져야 한다는 철학이나, 지식 전달이 아닌 '경험' 차원에서 SW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맥이 닿아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뤄지는 SW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으로 '문제 해결'을 꼽는다.
SW를 문제 해결 방식 가운데 하나로 들여 오자는 겁니다. 먼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수업(이 가능한 여건)을 갖추고 SW를 그 수단으로 삼자는 거지, SW 자체를 익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녜요. 또 배우는 사람들의 숫자를 막 늘리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게 뭘까를 끊임 없이 생각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교육을 주도하는 움직임이 학교 밖에서 이뤄지면 안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네이버나 삼성전자같은 대기업이 바깥에서 밀고 잡아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선 교사들이 스스로 학생들을 데리고 뭔가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NHN넥스트처럼 유연성과 '문화'를 갖추기 위한 조건이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SW를 강의식으로 더 가르치고, 어떤 선생님은 동아리나 동호회 형식으로 SW활용이나 개발 활동을 이끌 수도 있어야겠지요. 핀란드와 영국 등 몇몇 나라 초등학교에서 이런 과정을 시범 운영 중인데, 핵심은 그게 다 커뮤니티 중심이란 거죠. 정규교과화 하려는 게 아니라 원하는 아이들에게요.
당장 국내 분위기는 사회진출 대상자를 위한 교육 외에 초중고교생들 겨냥한 움직임에 관심 쏠려 있다. 김진형 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의 SW교육봉사단, 교육부와 삼성전자가 손잡은 SW인재양성 업무협약, 삼성전자의 주니어SW 아카데미, 네이버와 NHN넥스트의 '아이들을위한 SW교육' 등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 학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에 가타부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생각처럼 커뮤니티 중심으로 진행 중인 사례는 소수다.
학교 안에서 이런 교육이 스스로 굴러가려면 결국 NHN넥스트만큼은 아니더라도, SW개발 경험을 갖춘 교육자들이 꽤 필요하다. 그들이 본격적인 SW개발자는 아닐지라도 기업에서 SW를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고, 학생이 짠 코드에 대한 '첨삭지도'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교사들에겐 SW교육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할 동기가 전혀 없죠. 일만 늘어나고요. NHN넥스트가 대학원 요건을 갖추게 된다면, 그런 소양을 위한 석사과정 같은 걸 만들어서 예비 교사들에게 동기부여하는 한 방법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고요.
SW교육에 대한 동기부여의 실마리도 정부에 있을 듯하다. 다만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도 미래부와 교육부가 초중등 SW교육강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부처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추진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SW교육이 이 학장의 생각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사실 국내 코딩교육 열풍의 진원지는 '창조경제' 정책을 국가 부양책으로 꺼내든 새 정부다. 정부는 지난해 4월 18일자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도 업무보고'에 누구나 SW를 개발·활용할 수 있는 교육기반 조성을 목표로 초중등SW교육 강화, 공개SW 교육 활성화, SW개발자 공모전 확대, 고급SW인력 양성 등 계획을 담았다.
정부가 이렇게 SW교육 대중화를 지향하게 된 배경은 자국민이 21세기 지식창조사회 생존언어인 컴퓨터언어를 세계에서 가장 잘 구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경제 논리, 결과의 규모가 관심사다. 이같은 비전과 정책 방향에서 지난해 이어진 'SW교육 대중화'의 현실성과 실효성 논란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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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넥스트도 (네이버와 함께) 부분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죠. 이건 개인적 입장이지만, SW코딩을 학생들이 다 배우게 하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SW교육을 잘 하려면 어떻게 아이들이 SW라는 도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밌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인지가 문제라는 거죠.
(전편 제대로 된 SW교육이란 무엇인가?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