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데이터 무제한, 8가지 관전 포인트

전문가 칼럼입력 :2014/04/04 10:37    수정: 2014/04/04 11:33

박종일
박종일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4월 2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단 하루만에 통신 3사가 모두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중반, KT와 애플의 아이폰 협공에 밀리던 SK텔레콤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역공을 펼쳤다. 이를 통해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는 크게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한된 데이터만 사용했던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데이터 무제한을 만나고나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초연결 인류’로 변화했다. 덕분에 1인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전세계 최상위권에 올라섰고 외신에서는 한국인의 높은 데이터 사용량에 놀라 “한국인은 데이터에 굶주린 것 같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또 이 때를 기점으로 카카오톡, 유튜브, 프로야구중계와 같은 모바일 서비스들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에 시달리던 통신사들은 수조원의 추가 투자비를 집행하며 턱 밑까지 차오른 데이터 수요를 맞추느라 바빴다. 덕분에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는 CCC 기술이나 3G와 와이파이(WiFi)간 핸드오버 등의 신기술 등을 내놓으며 전세계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3G 데이터 무제한은 스마트폰 도입만큼이나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3G보다 5~20배까지 빠른 LTE 시대에는 데이터 무제한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자명했다. 최대 300Mbps까지 가능한 LTE가 무제한으로 풀린다면 통신사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할 것이며 이를 잘 알고 있는 통신3사는 LTE만큼은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말이다.

1.가계통신비는 인하될 것인가

매번 통신사들이 내놓은 요금제는 ‘기존과는 다른’, ‘기존보다 혜택이 강화된’의 수식어를 사용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표현이 들어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다. 이번 LTE 무제한 요금제는 파격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의 통신료가 수직 상승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통신요금은 명목요금(표시요금)과 실질요금(표시요금에서 약정할인을 뺀)이 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요금제는 명목요금이다. 그러나 실질요금을 잘 봐야한다. (아래의 요금제 기준은 가장 저렴한 KT 기준으로 작성)

3년 전 출시한,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5만4천원의 명목요금과 3만6천원의 실질요금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LTE 시대가 열리며 6만2천원(명목), 4만6천원(실질) 요금이었고, 음성무제한이 열리며 6만7천원(명목), 5만1천원(실질)의 요금제가 주류가 되었다. 불과 3년 만에 우리의 실질요금은 3만 6천원에서 5만 1천원으로 42%가량 상승하였다.

이번에 출시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명목요금 7만9천원, 실질요금 6만1천원으로 구성되었다. 실질 요금이 6만 1천원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계통신비 인하와 이번 요금제 출시는 별개의 것이다. 이번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어쩌면 데이터 사용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금제의 측면이 강하다. 즉,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2. 통신3사, 현재를 위해 미래를 내어준 겪

불과 3년 만에 실질요금이 3만 6천원에서 6만 1천원으로 상승한다면 통신사 매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동통신사 역사를 되짚어보면, 단 한 번도 매출이 떨어진 적은 없다. 이상한 IT프로젝트나 해외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수익성 또한 크게 훼손되지도 않았다.

이번 LTE 데이터 무제한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실질요금 상승을 통해 매출과 ARPU(1가입자당 매출)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보이질 않는다.

3G 데이터 무제한 시절에는, 다가오는 LTE 시대가 보였다. 즉, 3G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하더라도 LTE에서는 무제한을 제공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었다. 음성무제한을 결정할 때도 ‘이제는 음성의 시대가 가고, 데이터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전제가 있었다.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를 활용하여 다양한 추가 사업을 할 수 있었기에 통신사들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았다.

이를 반증하듯 SK텔레콤은 데이터를 활용한 제3자 과금 모델도 만들어 11번가, GS SHOP과 같은 커머스 기업에 데이터를 판매했다. 멜론과 같은 특정 서비스에는 ‘한정된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해 통신사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무제한 요금 전략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추가 매출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오히려 10만원 이상의 요금제 고객들이 7~8만원대 요금제로 내려올 수도 있다. 물론, 대다수 고객들을 7~8만원대의 요금제로 유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에도 뚜렷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상황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내놓은 겪’으로 표현될 수 있다.

3. CAPEX 증가에 따른 부담은 없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다. 지난 3G 데이터 무제한 시절 통신3사는 수조원의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추가로’ 집행했다. LTE는 3G 대비 5~20배 빠른 속도 탓에 더 많은 네트워크 자원을 요구할 것이다. 무선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유선망에서의 추가 투자도 필요할지 모른다. 또한 한정된 주파수 이슈도 잔존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전략적 배경에는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LTE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어차피 통신3사 모두 LTE 트래픽이 폭증한다면 누가 가장 먼저 백기를 들 것인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주파수는 가장 많고 LTE 가입자는 가장 적은 LG유플러스가 가장 유리하다.

또한,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장비 일부를 중국의 화웨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장비 도입시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는 LG유플러스의 담당자의 말은, 그만큼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효율적임을 반증한다. 통신 3사간 네트워크 투자 경쟁이 이뤄진다면 LG유플러스가 가장 유리할 수도 있다. 오히려 다른 통신사에서 화웨이와 같은 저가의 장비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예측해 볼 수 있다.

4. 유선의 ‘코드컷팅’ 제한적으로 동작할 것

LTE 데이터 무제한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최대 300Mbps 속도가 100Mbps를 유선인터넷을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골든 크로스(Golden-Cross)’로 표현되는데,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유선회선에 대한 해지, 즉 ‘코드 컷팅(Cord-cutting)’이다.

지난 3G 데이터 무제한 시절 유달리 데이터 트래픽이 높은 곳은 대학가 혹은 1인 가구가 많은 오피스텔 지역이었다. 굳이 2~3만원의 유선인터넷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노트북에서 인터넷 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배가 빨라진 LTE에서, 유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데이터를 테더링한다? 코드 컷팅이 점차 현실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선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KT와 SK그룹이 LTE 데이터 무제한 도입을 꺼린 측면도 있다.

더 나아가 이번에 출시된 요금은 ‘음성 무제한’도 덧붙여 있다는 점이다. 유선인터넷 뿐만 아니라 유선전화의 코드컷팅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유선전화는 수신전용으로, 고객과의 전화는 음성무제한 요금의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5. 알뜰폰, 제4이동통신에게는 악재

수면 위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LTE 데이터 무제한은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었다. 바로 알뜰폰과 제4이동통신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번 이통3사 영업정지를 맞이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의 갤럭시S5 조기 출시라는 변수도 맞이했으나 큰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LTE 데이터 무제한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당장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3사와 협의 없이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고, 현재 도매대가 기준상 알뜰폰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도 없다. 영업정지 기간 중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해왔던 알뜰폰 사업자들은 결국 저가 요금 고객들의 니치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제4이동통신을 준비하는 KMI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저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내세우며 제4이동통신의 출범 필요성을 설파하였지만, 이미 이통3사가 데이터 무제한을 내놓았다. 요금제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상품의 특성은 다르지 않다. 만약 제4이동통신이 출범하고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서비스를 출시한다손 치더라도 고객의 관심을 모으기도, 이통3사와 경쟁을 벌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6. 보조금 경쟁은 줄어들 것인가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통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지양할 것이다”고 발표하였다. 정말 그렇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LTE 데이터 무제한과 보조금 경쟁은 별개의 것이다. 만약 보조금 상한선 규제가 없다면 오히려 보조금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입자 유치시 발생할 수 있는 기대 매출이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3G 시절에는 실질요금이 3만 6천원이었고 24개월을 사용한다면 86만 4천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각종 투자비와 운영비를 제외하고 50% 가량을 보조금으로 사용한다면 43만 2천원의 보조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실질요금은 6만 1천원이고, 24개월 기준시 146만원 수준이다. 이중 50% 가량을 보조금으로 사용한다면 74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미 LG유플러스는 통신3사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서비스 매출의 50% 수준을 마케팅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의 해소를 위해서는 요금제가 아닌 유통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말완전자급제 등으로 말이다.

7. 향후 이동통신 요금제 방향은?

당분간은 LTE 데이터 무제한이 이동통신 요금제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다. 더 이상 줄 것도 없고 나올 것도 없다. 다만 통신3사 각사의 상황에 맞춰 새로운 요금제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 이미 나왔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패키지로 내세웠다. 즉 자사의 모바일TV서비스나 음악스트리밍,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을 패키지했으며, 서드파티(3rd party)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트워크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이슈를 제기할 법도 하지만 아직은 아닌 듯 싶다.

KT는 역시 유선의 경쟁력 활용이다. 이번에 출시한 요금제에도 유선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해 최대 8천원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고 한다. 유선인터넷의 코드컷팅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KT의 강점인 강력한 유선 점유율 활용도 가능하다.

그 동안 통신3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데이터 3자 과금 등과 같은 데이터 요금제 활용성 증대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이다. 데이터의 가치가 그만큼 훼손된 셈이다.

8. 최대 수혜자는 콘텐츠 기업

이번 LTE 데이터 무제한의 수혜는 통신사도 아니고 고객도 아닐 수 있다. 가장 큰 수혜는 콘텐츠 서비스 기업들이다. 지난 3G 데이터 무제한 시절에도 이통3사는 일정 수준의 매출 증대를 얻었지만 그 만큼의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소요되었다. 과실은 카카오와 네이버, 유튜브, 모바일게임사 들이 거두어들였다.

이번 LTE 역시 마찬가지이다. LTE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한 달에 5~6GB에 묶여있던 사용자에게 모바일 영상 서비스와 모바일 리니지 같은 고용량 게임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담은 끝이 났다. 결국 LTE 데이터 무제한은 또 한번의 모바일 산업에 봄바람과 같은 훈풍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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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통신사들이 사전에 이런 기업들에게 투자를 했더라면 또 다른 수익을 내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설마 판도라의 상자가 이렇게 빨리 열릴지는 몰랐을 것이다.

필자의 5살배기 아들도 수혜자가 되었다. 아빠의 스마트폰유튜브앱을 통해 또봇과옥토넛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일 IT컬럼니스트

커넥팅랩 대표.
통신사와 증권사를 거치며 이동통신 요금기획, 컨버전스 사업기획 등을 담당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IT 실무진들과 함께 모바일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세미나와 지식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 2014'를 출간하였으며 저서로는 'LTE 신세계', '스마트패드 생존전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