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기관에서 쓰는 문서 포맷과 관련해 개방형 국제 표준을 적극 확산시키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현실화될 경우 HWP 포맷을 앞세워 국내 공공 문서SW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한글과컴퓨터로서는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국제 표준 기술을 적용한 오피스 SW업체라면 국내 공공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대신할 수 있는 개방형 운영체제(한국형OS) 개발을 논의하면서 공공문서 규격을 ODF(Open Document Format)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방형 OS개발 TF팀은 지난달 말 1차 회의를 갖고 공공부문 문서에 대한 호환성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인 ODF를 공공문서 표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개방형OS가 특정 기업에 종속되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 추진되는 만큼 그 일환으로 문서 표준도 ODF로 전환하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ODF는 워드, 스프레드시트, 프리젠테이션 등을 포함해 여러 자료 유형을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오픈소스 파일 형식이다. 오픈오피스, 스타오피스, IBM 로터스 심포니, 한컴오피스2010 등이 이미 ODF를 지원하고 있다. MS도 2009년 출시된 오피스2007 버전부터 ODF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 정부도 ODF 지원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텍사스주에서 정부 문서에 대한 작성과 저장, 교환, 보존에서 ODF 지원을 의무화했다. 벨기에도 연방정부 내 모든 업무용 문서를 ODF 형식으로 저장 하도록 했다. 덴마크는 정부 기관은 물론 민간 부문 전자문서에서 개방형 표준 지원을 의무화했다.
국내의 경우도 지난 2007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행정업무용 문서표준으로 채택하면서 ODF는 한국산업표준(KS)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표준이란 의미 자체가 유명무실해졌고 HWP가 계속해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통했다.
그러나 HWP는 국제표준이 아니어서 정부문서에 대한 국내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2010년 국회 입법 조사처도 ODF 표준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국회 입법 조사처는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아래한글'이 폐쇄적인 바이너리 문서 포맷으로 호환성이 떨어져 국내외 공동작업이 불편하고 장기 보관이 중요한 정부문서가 한 회사의 존속여부에 좌우되는 위험이 존재한다며 개방형문서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부 행보가 현실화될 경우 실무 현장에서 ODF가 실질적인 강제성을 갖는 표준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TF팀이 ODF를 표준으로 정하느냐를 두고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표준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고 세부적인 실행방안은 더 논의해 봐야하지만 한글에 ODF를 지원을 강화 하도록 강제하고 정부가 ODF파일로 문서를 배포하는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ODF가 강제성을 띤 표준이 되면 공공문서 저장과 열람시 워드프로그램의 HWP 형식 지원 여부가 중요치 않게 된다. 정부가 한글 워드프로그램으로 작성한 ODF 문서는 ODF를 지원하는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에서도 열고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시장에서 한글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TF회의에 깊이 관계된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부터 ODF를 표준으로 정하고 강제하게 되면 한글없이도 문서를 읽고 쓰고 저장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게 되므로 이렇게 되면 공공부문 오피스 시장 진입에 장벽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프라웨어는 모바일 오피스에서 PC오피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모습이다. 현재로선 공공 오피스 시장도 경쟁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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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F가 표준으로 전환 되려면 실행 주체인 안전행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부는 TF팀을 구성하고 정부 3.0 기조대로 개방형 정부가 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를 구체화시키고 실제 정부기관에 실행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역할은 안행부의 몫이다.
TF회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금은 1차로 개방형OS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문서 표준이 필요하고 ODF를 표준으로 정하자는 정도의 논의가 이뤄진 상태고 앞으로 2차 3차 회의를 더 거치다 보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