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P 파일은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 문서와 달리 여러 사람이 동시에 편집할 수 없다. 순서를 번갈아가며 함께 작성할 수는 있지만 '실시간 공동작업'은 불가능하다. 한글과컴퓨터의 설치형 워드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클라우드서비스인 씽크프리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글과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같은 오피스 경쟁업체에 비해 '스마트워크' 흐름을 뒷받침할 기술 역량을 제품에 발빠르게 녹여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협업과 모바일이 주요 화두인 스마트워크 실현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HWP 파일을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공공부문과 산하기관, 관련업체와 교육기관의 업무혁신에 일정한 제약을 강요할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실시간 협업에 기반한 스마트워크 요구가 절실한 조직에서는 HWP 파일 형식을 포기하고 DOC 등 표준화된 오피스 문서를 통한 공동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한컴오피스 사용자들이 별 생각 없이 결과물을 HWP 포맷으로 저장해 배포하는 관행들도 어느정도 극복되는 분위기다. 한컴오피스 워드프로그램 없이 그 내용을 읽어들이고 다른 형식으로 바꿔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이 증가 추세다.
■스마트워크, 모바일 지원에서 실시간 협업으로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실시간 공동작업이란 말 그대로 문서 파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작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흔히 '공동편집'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문서 협업은 내용 검토를 여럿이 함께 하더라도 실제 편집은 1명이 맡아 해야 한다. 온라인에 기반한 공동편집 기능은 이런 물리적인 문서 협업 환경의 제약을 걷어준다.
그런데 데스크톱용 오피스 시장에서 MS와 구글의 경쟁제품이라 할 수 있는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와 '씽크프리온라인'은 공동편집을 지원하지 않는다. 현실세계의 방식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내용을 살펴보고, 1번에 1명만 작성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간 구글과 MS는 협업을 중시한 웹오피스 기술로 PC뿐아니라 경쟁사 운영체제(OS)까지 지원하며 영토확장에 나섰다. 브라우저만으로 멀티미디어 지원 및 클라우드 동기화 그리고 공동편집 및 권한 지정을 통한 문서 공유 기능을 쓸 수 있게 했다.
■MS-구글 클라우드 오피스 공세
구글은 최근 크롬 브라우저용 오피스 확장기능을 만들었고 그에 앞서 웹애플리케이션(이하 웹앱) '구글독스'에 여러 브라우저 사용자들끼리 한 문서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지원했다. MS도 이전부터 설치형 MS오피스에서 공동편집이 가능했고 '오피스웹앱스'에도 이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한글과컴퓨터도 PC 전용 프로그램이었던 한컴오피스를 iOS와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만들어 내놨다. 하지만 리눅스와 애플 맥OS X 사용자를 위한 설치형 오피스 제품은 개발을 멈춘 지 오래다.
윈도를 제외한 플랫폼에서 HWP 열람과 인쇄 정도는 한글과컴퓨터가 서비스하는 '씽크프리온라인'을 통해 가능하다. 문서처리 솔루션 전문업체인 사이냅소프트가 포털 네이버에 기술을 공급해 출시된 '네이버오피스'를 사용하면 리눅스와 맥 사용자도 웹브라우저에서 HWP 형식을 다룰 수는 있지만, 여기에 한글과컴퓨터의 기술지원이나 협력사항은 전혀 없다.
■실시간 협업 없이 3년째
하지만 공동편집을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최신 제품인 '한컴오피스2010SE+'와 클라우드 서비스인 씽크프리온라인은 오피스 시장의 주요 트렌드를 따라오진 못했다. 한컴오피스의 협업 기능은 '변경내용 추적'이나 모바일 연동 등 경쟁사 개선상황 대응에 그친다. 사용자들이 한컴오피스와 씽크프리에 공동편집기능을 문의한 3년전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는 HWP문서를 다루는 조직에서의 협업과 스마트워크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HWP문서는 한컴오피스나 씽크프리를 통해서만 편집할 수 있다. 한컴오피스와 씽크프리로는 공동편집에 기반한 협업이 불가능하다. 공동편집을 지원하는 MS와 구글의 오피스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HWP문서를 온전히 또는 전혀 다루지 못한다.
한컴오피스가 그간 문서작성의 생산성 측면에서 단축키를 통한 서식 지정이나 빠른 편집 기능으로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아왔지만 그 이상의 업무 효율을 위한 협업 측면에는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관료제 업무특성 탓?
사실 한컴오피스의 주요 기능은 핵심 시장인 중앙정부와 산하기관 등 공공부문의 요구를 통해 발전해왔다. 어쩌면 공공기관, 내부 담당자들과 소통하는 기업, 산하기관이나 교육기관 등의 실무자들이 문서작업을 하면서 공동편집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부나 공공기관처럼 수직적인 관료주의 조직에서 실시간 공동편집 기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의 기안이나 업무용 문서생산양식에 관한 규정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창조정부전략실 제도총괄과의 정명호 사무관은 공무상 생산하는 기안 등 전자문서들은 부서별 소관에 따라 담당자가 (공동작성 없이) 대부분 혼자서 작성한다며 전자기안양식이나 별지서식 등을 지시하는 '행정업무의효율적운영에관한규정' 내용에는 전자문서를 어떤 파일 형식으로 생산하라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태 공동편집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뿐이라면 혁신을 이끌어야 할 회사 입장에서는 다소 게으른 대응이었다는 비판에 놓일 만하다. 협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 추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다른 기술적인 제약이나 전략상의 우선순위 때문에 지원을 미뤄왔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와 업계가 회사의 기술경쟁력과 투자방향성을 재고할 시점을 알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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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씽크프리온라인은 씽크프리모바일과 연동돼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이라, 편집된 문서 내용을 공유폴더로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 차원에 한정돼 있다며 출시를 앞둔 씽크프리2.0에서는 모바일, 클라우드 오피스관련 기술과 연계된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언급한 씽크프리2.0과 연내 출시를 예고한 한컴오피스 차기 버전이 공동편집기능을 지원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발 일정과 업그레이드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