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든 구글의 앤디 루빈 수석부사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 싸움에 증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삼성전자가 아니라 경쟁사인 애플이 요청한 출석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를 법정에서 깎아 내리기 위한 전투태세에 돌입했고, 안드로이드 창시자와 직접 붙겠다는 계획이다. 루빈 부사장이 법정에서 실수라도 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31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상대 2차 특허소송 증인으로 루빈 부사장을 신청했다.
루빈 부사장은 지난해 안드로이드 총괄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구글의 실세다. 거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창시자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그는 ‘안드로이드가 애플 기술을 베꼈다’는 애플 측 주장에 심히 불쾌해했고, 이번 기회에 법정에서 할 말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려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체적으로 안드로이드의 단어 자동 완성, 잠금 해제, 데이터 태핑,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 통합 검색 특허 등 5개 기능들이 애플 고유의 기술이 아님을 주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반대로 애플은 루빈 부사장을 흔들어 안드로이드 전체를 표절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도 특허 침해 제품군에 올리며 날을 세웠다.
삼성전자 변호인들이 루빈 부사장을 법정에서 어떻게 지원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반대 심문을 적극 이용해야 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루빈 부사장으로부터 안드로이드 설계 당시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특허침해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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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루빈 부사장은 애플 출신이다. 정확히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애플에서 일했고, 이후 독자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구글에 합류했다. 양측이 서로를 잘 안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간 2차 소송의 첫 공방은 31일 배심원 선정부터 시작된다. 배심원 선정이 완료되면 양사는 ‘모두 진술(오프닝 스테이트먼트)’을 통해 소송에서 펼칠 주장의 골자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