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꾼 애플 몰아내기…삼성으로 뭉쳤다

제조-SW-장비 최강 3각 동맹…파괴력 관심집중

일반입력 :2014/02/06 09:51    수정: 2014/02/06 09:53

김태정 기자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

“지나친 소송으로 기술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 -댄 랭 시스코 특허담당 부사장

구글에 이어 통신장비 최강 시스코시스템즈까지 삼성전자와 '특허 도원결의'를 맺었다. 구글과 시스코는 하루 전에 별도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전자 제조, 인터넷 소프트웨어, 통신 장비 시장서 각각 1위인 삼성-구글-시스코는 철통같은 '3각 특허 동맹'을 결성한 셈이 됐다.

소송을 지양하고 서로를 지원하자는 게 제휴의 최대 목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IT 업계 ‘소송꾼’ 애플을 겨냥한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이들의 제휴는 또다른 유력 글로벌 IT 업체들과의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이 몇개의 동맹군 블럭으로 재편될 가능성과, 이들 동맹에 가입하지 못한 업체들의 경쟁력 퇴보 가능성 등이 향후 시나리오로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상 최대 IT 특허 동맹 탄생

삼성전자와 시스코는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광범위한 제품과 기술에 대한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한다고 6일 밝혔다.

앞서 미국 현지시간 5일에는 시스코와 구글이 같은 내용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구글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까지 더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3각 특허 동맹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막겠다”는 방어적 입장을 보였지만 공격에 나서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말 기준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3만여건, 유럽에서 1만여건의 특허를 보유했다. 미국만 따지면 3만641건으로 IBM에 이어 특허 수 2위의 강자다.

구글은 지난 2012년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문을 125억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통신 관련 특허가 5만여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천920건의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시스코 역시 최근 10년간 41개 회사를 인수해 1만여건에 달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제조(삼성전자)와 운영체제(구글), 장비(시스코) 1등들이 한 상에 모여 앉은 셈이다.

■애플 고립작전 이미 시작됐다

결국 화살은 애플을 향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법정에서 특허 공방을 치열히 벌이는 가운데 우군 구글과 시스코는 간접적으로라도 삼성전자를 지원해야 할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다수의 특허 동맹군을 확보,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집중력을 확 끌어올리게 됐다.

또, 애플이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전자와 통신 기술 기반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들의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기술적으로 더 조심해야 하는데, 애플의 운신 폭이 줄어드는 것이다. 삼성-구글-시스코 동맹에 최상의 시나리오다.

애플도 특허 연합을 갖췄지만 인수와 법정공방으로 이끈 강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평화적으로 뭉친 삼성-구글-시스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애플은 자회사격인 록스타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 2011년 노텔의 통신 특허 6천여건을 인수, 지난해 11월 구글과 7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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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대만 HTC, 중국 화웨이 등 제조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는데 서로 관계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HTC와 화웨이는 애플에 동맹이 아니라 항복서약을 썼다.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구글과의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IT 업계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