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기간이 무려 10년이다. 현재 보유한 특허만 10여만 건인데 앞으로 만들 기술까지 공유한다. IT 시장 패권 잡기를 위한 삼성전자와 구글의 도원결의 내용이다.
이 도원결의는 방어보다 공격 성향이 강하다.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등에서 맞붙게 될 애플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무언가 만들려면 삼성전자-구글의 특허 먼저 살펴야 하는 시나리오에 현실성이 더해졌다.
■미국 특허 2위 삼성에 구글 지원사격
삼성전자와 구글은 모든 디바이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에 대비, 각자 보유한 모든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말 기준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3만여건, 유럽에서 1만여건의 특허를 보유했다. 미국만 따지면 3만641건으로 IBM에 이어 특허 수 2위의 강자다. 휴대폰 통신 관련 특허는 거의 독식 수준이며, 분쟁 가능성이 있는 500여개는 특별 관리한다. 근래 애플 상대 소송에서 고전했지만 여전히 거물로 분류되는 전력이다.
구글은 지난 2012년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문을 125억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통신 관련 특허가 5만건에 달한다. 삼성전자-구글 특허를 합친 수가 15만 건 이상인 셈이다. 또, 하드웨어 중심인 삼성전자 특허에 구글의 소프트웨어 특허가 더해져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양사는 전망했다.
■ ‘소송꾼’ 애플에 직격탄
결국 화살은 ‘공동의 적’ 애플을 향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자회사격인 록스타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 2011년 노텔의 통신 특허 6천여건을 인수, 지난해 11월 구글과 7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삼성전자-구글이 거대한 협력을 관계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꾸준히 외신에 올랐고, 결국 이날 발표로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 중 화웨이가 최근 애플과 합의를 보면서 전체 안드로이드 진영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쏟아졌기에 반격의 의미가 더 크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면 애플이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꼽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삼성전자-구글 특허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피하려고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기술적으로 조심스러워 지는 애플의 모습도 삼성전자-구글의 노림수로 보인다. 앨런 로 구글 특허 담당 고문이 “협력을 통해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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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구글과의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IT 업계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화웨이의 경우처럼 상대를 공격해서 만든 특허 합의 외에 교체 라이선스가 비교적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게 없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램버스, 도시바, 샌디스크 등 주요 기업들 모두 삼성전자와 특허 제휴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