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우리나라 정부 사이트를 대상으로 해킹 공격을 예고한 어나니머스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어나니머스들이 분명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공격을 예고한 것과는 달리 국내 공격을 예고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고, 언론을 왜곡시키고, 시민들을 억압했다는 다소 뜬금없는 이유로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나섰다.
23일 한국 정부 사이트 공격을 예고한 어나니머스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과 채팅내역, 보안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이들은 미성년자이거나 한 두 명 정도 소규모 해커들이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최근 공격 예고는 지난달 말 브라질에서 등장했다. 올해 개최되는 브라질 월드컵이 이 나라 경제상황은 뒤로 한 채 너무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신들을 어나니머스 일원이라고 주장한 브라질 해커들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스폰서 기업들을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반저작권 운동의 하나로 벌어진 '오퍼레이션 페이백'의 경우 지난 2010년 미국 토렌트 정보공유사이트 '파이럿 베이'를 폐쇄한 것에 항의해 미국영화협회, 미국음반산업협회, 미국저작권사무소 사이트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DDoS0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이들 중 공격에 가담한 인물 13명이 미국 연방 대배심에 기소됐다.
지난해 '어나니머스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관련 사이트를 해킹해 회원명단을 유출 시켰다고 주장했던 이들이 사용했던 수법은 '스크립트 키디(초보해커)' 수준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로 인해 청와대 홈페이지 등이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커들로부터 역공격을 당해 마비되기도 했다.
다음달 우니나라 정부사이트 공격을 예고한 이들 역시 아직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존에 활용됐던 것처럼 DDoS 공격이나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바꾸는 디페이스 공격 등일 가능성이 높다.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밝힌 트위터 계정(@AnonOpsokor)에는 기존 #OpKorea와 다른 점은 여성부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 점이며, 참가하는 어논도 멕시코만이 아닌 아르헨티나 등이 참가합니다라고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부는 여성가족부로 지난해 7월께 셧다운제를 폐지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의 정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공격에 지난해 여성부 공격을 시도했던 이들과 같은 인물들이 포함됐다면 게임규제에 저항이 심한 일부 미성년자들이 최근 공격 예고에도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어나니머스 관련 국내에서 개설된 계정(AnonMediaKorea)에서는 지금까지는 개인공격이 아닐까 추정된다며 만약 이번 공격이 애들 장난으로 밝혀진다면 어나니머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믿음은 사라질 것 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적어도 개인 혹은 국내 해커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인 혹은 스크립트 키디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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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예고한 이들은 당일 IRC채팅방을 개설해 공격 내용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어나니머스가 정치적인 목적을 분명히 했던 것과 달리 공중파 뉴스에 떴다, 저는 그 틈을 타 국정원 해킹하려고 합니다라는 등 농담반 진담반의 대화들이 등장했다.
국내 보안전문가는 맨 처음에는 진짜 어나니머스인가해서 뒤져봤더니 공격대상을 여성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거론하고 있었다며 주목 받고 싶어하는 이들의 소행이고, DDoS 공격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