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1위 삼성이 왜 먼저 가격을 쳤을까

애플 물량으로 막고 따라오는 중국 따돌리고

일반입력 :2014/03/20 16:49    수정: 2014/03/21 11:01

김태정 기자

전자 업계에서 1위 기업은 가격 전쟁에 나서지 않는 게 통례다. 높은 가격에도 브랜드 파워로 잘 팔리기 때문이다. 1위 기업 마진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격 전쟁은 그래서 2위 이하 경쟁기업이 선도하는 게 시장 상식이다.

1위 업체는 또 2위 이하 기업이 가격전쟁을 시작하면 신제품 주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옛 제품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맞선다. 시장을 방어하며 마진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출고가를 과거보다 최소 15만원 가량 저렴한 80만원 초반으로 책정키로 한 것은 이 점에서 이례적인 전략이다.

왜 1위인 삼성전자는 먼저 가격을 쳐야만 했을까.

우선, 시장 구도를 '규모의 경제'로 몰아갈 때라고 판단한 듯하다.

세계 최강인 전자 제조 능력과 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의 바잉 파워를 기반으로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펼침으로써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

TV에서 말하는 초격차(超格差) 전략을 스마트폰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런 전략이 나온 것은 시장 흐름의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는 완만하거나 주춤해지는 추세다. 기술 혁신이 제한되는 국면이다. 제조와 유통 능력이 중요한 승부처로 떠올랐다. 제조를 외부에 맡긴 애플보다 삼성전자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의 싸움을 물량 위주로 전개하겠다는 전략이 갤럭시S5 가격에서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이 전략의 피해자는 사실 애플보다 추격해오는 후발 경쟁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와 소니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만큼은 비교적 브랜드 파워가 약하지만 고가 전략을 고수하는 기업들에게 타격이 예상된다. (기사 : 80만원 갤럭시S5 쇼크에 90만원폰 휘청)

브랜드도 약한데 더 비싼 제품을 소비자가 찾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이번 삼성의 가격 전략은 향후 이들 기업의 연쇄 가격 인하를 불러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5 이후 가격인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가격 전략은 떠오르는 중국 기업을 따돌리기 위한 방어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를 비롯해 화웨이, ZTE 등은 삼성과 애플을 추격하는 중국 공룡들이다. 1~2위권과 격차가 있지만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치열하다. 하드웨어 성능이나 디자인은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이들 중국 업체는 그러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삼성의 이번 가격 정책은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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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애플을 물량으로 따돌리고 가격으로 쳐들어오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가격 문제를 최대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갤럭시S5 하드웨어를 무리하게 키우지 않고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수준에 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문인식과 웨어러블 기기 연동 등의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무장한 갤럭시S5는 올해 최고급 제품”이라며 “성능 대비 가격에 대한 고객 만족도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