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에 제공하는 ‘제조사 장려금’을 줄이는 대신 ‘갤럭시S5’의 국내 출고가를 비교적 저렴한 80만원대로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출고가를 내리라는 정부의 공문을 받아 들고 고심을 거듭한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4~5월 출시 예정인 국내 갤럭시S5에 대한 제조사 장려금을 대당 수만원대로 줄여서 집행할 전망이다.
제조사 장려금은 이동통신사가 휴대폰을 팔며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의 일부로 제조사가 부담한다. 보조금 내 비중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유동적이다.
제조사 장려금을 줄이는 것은 파트너인 이동통신사의 불만을 살 수도 있지만 삼성으로서는 불가피한 행보로 보인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휴대폰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고, 국민 정서상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에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휴대폰 출고가를 인하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내부 회의를 해왔다.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장려금을 줄임으로써 가격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줄인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갤럭시S5 출고가를 기존 ‘갤럭시S4(LTE-A, 95만원)’ 대비 낮은 80만원대로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의 고급형 스마트폰 가격이 90~1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갤럭시S5는 일각에서 105만원 이상 가격까지 예상된 제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제조사 장려급 지급 축소는 어느 정도로 줄일 지 규모를 정하는 수순만 남았다”며 “이동통신사들과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정부의 휴대폰 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면서도 “갤럭시S5 가격은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압박과는 별도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갤럭시S5 가격을 80만원대로 책정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문인식과 카메라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는 진화시켰지만 램이 2GB로 ‘갤럭시노트3’의 3GB 대비 오히려 줄어드는 등 부품 원가 부담은 예상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 고위 임원은 “갤럭시S5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출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들에 우리 입장을 자세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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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에서 LG전자가 어떤 가격 전략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스마트폰 ‘G프로2’를 99만9천900원에 내놨기에 ‘80만원대 갤럭시S5’가 상당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가 고급형 제품까지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으면 경쟁사들은 지금까지 해 온 저가 전략도 통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