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보조금 중단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일선 유통점-소비자

일반입력 :2014/03/20 15:48    수정: 2014/03/21 08:29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앞으로 불법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이번에는 믿을 수 있을까.

또 보조금 지급 주체인 이통 3사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 공동으로 감시하고 적발해 전산을 차단하겠다는 서약은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20일 이통 3사가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자 일선 유통점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그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발표는 지난 6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통신3사 CEO 업무협력 간담회’에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을 위해 업계를 몰아붙이자 마지못해 약속은 하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 속에서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부호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시일이 지나면서 서로 상대방이 먼저 약속을 어겼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발표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의문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통 3사가 이날 발표한 공동 선언문에 제시된 실행 방안은 ▲불법 및 편법 보조금 지급 중단 ▲약정시 제공되는 요금할인을 보조금으로 안내하는 등 소비자 기만행위 근절 ▲불법 온라인 판매, 대형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지급 금지 ▲시장감시단 운영, 유통망 구성원 교육, 유통망 관리체계 강화 ▲단말기 가격 인하,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위한 제조사 협의 추진 등이다.

앞으로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중심의 경쟁을 펼칠 것이고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망과 이를 공유하기 위해 교육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조금 정책을 위반하는 대리점은 즉시 전산차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발표 내용과 현행법에 어기면 법적 책임을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통 3사를 대표해 선언문을 발표한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이통3사가 이동통신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함께 하고 발표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산차단 강수…불법 보조금, 대리점·판매점 탓?

이날 발표된 내용 중 가장 구체적이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유통망에서 보조금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가 일어날 경우 즉시 전산차단을 한다는 부분이다.

예컨대 대리점이나 판매점 또는 온라인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하면 즉시 신규가입 전산망을 차단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등 휴대폰 개통시 입력하는 코드를 회수해 실질적으로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휴대폰 유통망 쪽에서는 본사의 보조금 정책과 제조사의 추가 장려금 투입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리점 관리 강화는 동의하지만 전산차단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보조금 정책은 본사에서 하달되고 그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 자체적인 추가 보조금 규모는 매우 적다”며 “이통시장이 혼탁하게 된 것을 대리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서비스를 판매한 최종 사업자는 통신사인데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만 규제하겠다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중소 판매점은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상위 대리점이 전산차단을 당할 경우 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하위 판매점들까지 매장 운영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점의 경우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반면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위탁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판매점에 직접 전산차단을 할 수는 없다.

임헌문 KT 커스터머 부문장은 “이통사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리점 통해서 시장 안정화를 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등 떠밀린 정책 발표, 실효성은?

업계 안팎에서는 이통3사가 이례적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의 강한 압박에 등을 떠밀린 것으로 보고있다.

다시 한 번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보조금이 과열되고 정부의 규제를 받을 때마다 해오던 발언들이다. 그나마 새로운 내용은 시장감시단 공동 운영, 대리점 전산차단에 불과하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사실 어떤 발표라도 해야만 했던 상황”이라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비싸진 단말기 값이 선결과제인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오늘 발표한 내용들이 힘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특히나 같은 제품이 국내서 더욱 비싸게 팔리는 부분도 줄곧 지적되던 부분이다. 중저가 단말기 출시가 거의 없다는 점도 국내 이통시장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이통3사가 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출고가 문제는 제조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통3사는 “제조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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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큰 틀의 발표만 이뤄진 셈이고, 추가적인 시행 방식이 공개되면 실효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동 시장 감시단 운영의 경우 방통위 협력을 통해 사업자 스스로 서로서로 불법 서비스 판매 방식을 적발할 수도 있다. 또한 법적 책임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이통3사가 합의를 하고 충실히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각각의 안이 시행이 용이하거나 빨리 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