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e스포츠 승부조작...왜?

일반입력 :2014/03/20 12:49    수정: 2014/03/20 14:27

김지만 기자

지난주 e스포츠계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AHQ코리아 소속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천 모씨가 자신이 연관된 승부조작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12층 건물에서 투신한 것.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 모씨가 공개한 유서를 비롯해 사건 전말을 밝힌 게시물은 e스포츠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과거 한국 e스포츠는 승부조작과 관련해서 큰 홍역을 치뤘다. 4년전인 2010년 당시 스타크래프트 리그들에서 발생한 승부조작은 업계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와 관련해 연루된 핵심 관계자들은 실형을 받았고 마 모씨, 박 모씨 등 선수들은 영구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또 다시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은 리그오브레전드 아마팀이었던 전 AHQ코리아의 감독 노 모씨의 주도하에 펼쳐진 사건이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애초부터 승부조작을 목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본선 무대에 올랐으며 예선 돌파 후 선수들에게 고의 패배를 종용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천 모씨와 관련된 내용을 포착하고 곧바로 세부 내용 조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노씨가 선수들에게 거짓말과 협박을 통해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강요한 것은 맞지만 선수들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서 고의 패배나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다행히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협회측은 사후 관리와 체제 정비를 약속 했다. 그리고 사건들을 일으킨 전 AHQ코리아 감독 노 모씨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명목은 사기죄 및 업무방해, 강요 및 협박죄 등이다.

이러한 승부 조작은 비단 e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프로 스포츠에서도 발생되고 있는 문제로 원흉으로는 불법 스포츠 배팅 사이트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실체는 숨긴채 거액의 배팅 금액을 주고 받으며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큰 배팅액 탓에 조작을 위해서 처우가 좋지 못한 선수들에게 검은 마수를 뻗치는 것이다.

e스포츠는 특히나 다른 스포츠보다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개인전이 많고 고의 패배 등 조작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AHQ코리아는 협회 소속의 팀이 아닌 아마추어의 자격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더 손쉽게, 계획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법 스포츠 배팅 사이트들은 경기와 관련해 모든 것을 배팅하기 때문에 요구 사항도 가지각색으로 알려져 있다. 출전 선수, 경기 시간, 승패는 물론 퍼스트블러드(처음으로 상대방을 잡아내는 것)와 킬데스 수치 등 돈을 걸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 관련 이슈는 항상 있어왔다며 불법 배팅자들은 언제나 항상 호시탐탐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승부조작을 권유한다. 이번 사건은 천 모씨에 의해 표면으로 나온 것이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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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스포츠협회는 2010년 승부조작 사태이후 이 불법 배팅 사이트들을 뿌리 뽑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른 정부 조직은 물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과 공조하며 매번 주소를 옮겨다니고 있는 불법 배팅 사이트들을 적발하고 있지만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그 실체를 잡아내기가 무척 어려운 상태다.

다른 한 e스포츠 관계자는 e스포츠와 승부 조작을 떼어 버릴려면 일단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며 선수들 처우가 개선되면 확실히 검은손의 접근이 줄어들지만 먼저 e스포츠에 대한 각 관계자들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