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대부분의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이 성장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며 고전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 침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거래하는 관련 팹리스들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나패스, 티엘아이 등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팹리스 업체들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됐다.
국내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웍스는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4천억원대 초반으로 2년 연속 4천억원을 넘기겠지만 전년과 비교해서는 13~14%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300억원 안팎으로 지난 2012년 435억원 대비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팹리스 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에 애플 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타이밍콘트롤러(T-CON)와 드라이버IC,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국내 팹리스 업체 중 최초로 매출 4천억원을 돌파해 주목받았다.
실리콘웍스와 함께 LG디스플레이에 드라이버IC와 티콘을 공급하는 티엘아이도 지난해 매출이 1천159억9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49억8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티엘아이의 경우 디스플레이 수요 부진과 함께 연결자회사인 윈팩의 매출 감소가 실적 부진에 주요 원인이 됐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 윈팩은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우시 공장 정상화로 윈팩의 가동률이 회복되고, 티엘아이의 주력사업인 티콘도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돼 1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티콘을 공급하는 아나패스는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의 영향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911억4천만원과 123억6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2%와 31.5% 감소했다. 아나패스의 경우 티콘 매출이 전체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실적 부진 폭이 커졌다.
이밖에 멀티미디어반도체 업체 텔레칩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79억2천만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특히 중국에 공급되는 태블릿향 제품들의 매출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관련 재고자산평가충당금 증가에 따라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용 프로세서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고 셋톱박스와 블랙박스쪽 매출이 신규로 발생하면서 올해 소폭의 매출 확대가 전망된다.
CCD 및 CMOS용 영상처리칩(ISP) 전문 업체 넥스트칩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19억4천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66억9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30.9% 하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주력인 CCTV 카메라향 반도체 시장에서 CMOS이미지센서와 CCD 센서 간 경쟁에 따라 주력 제품인 CCD 센서와 카메라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의 시장판매가가 급격하게 하락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무선통신 팹리스 업체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이 72억6천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6.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20.6% 증가한 91억6천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주력제품 판매단가 하락과 환율하락 등 영향에다가 판교사옥이전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국내 1세대 팹리스 중 하나인 엠텍비젼은 주식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엠텍비젼은 영업손실 발생 등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해당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달 말 사업보고거 상에 5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 등 사유가 확인되면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황이 부진하면서 주요 팹리스 업체들도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됐다”면서 “다만 올해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와 UHD TV 시장 본격 개화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업체들도 신규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준비 중인 만큼 올해 대체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피델릭스와 CMOS이미지센서 전문업체 실리콘화일은 대규모 수익성 개선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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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릭스는 지난해 매출은 875억2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1억6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59.2%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노어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실리콘화일은 전방산업의 호조로 판매가 확대되고 200만화소 이상 고화소 이미지 센서 비중이 높아지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매출이 1천320억5천만원으로 4.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95억3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97.4%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