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봄날이 왔다

전방산업 투자 증가, 신규 개발, 비용 절감 효과

일반입력 :2014/03/03 15:15    수정: 2014/03/03 15:15

정현정 기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지난해 소자, 디스플레이 업체의 중국투자에 힘입어 모처럼 웃었다. 에스엔유프리시젼, 원익IPS, 로체시스템즈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에 성공했고 주성엔지니어링, LIG에이디피 등은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모처럼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장비업계가 실적 회복세를 나타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등이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시안 반도체 공장가동을 앞두고 장비를 대거 발주했고 연말에는 3D 낸드플래시 관련 투자도 집중됐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쑤저우, 광저우에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건설하고 장비 투자에 나섰다.

삼성, LG,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에 중국업체까지 디스플레이 투자를 늘리며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은 실적 개선에 탄력을 받았다. 최대 LCD 업체 BOE가 오르도스에 5.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이어졌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7천억원 규모로 파주 8세대 OLED 라인 투자를 시작했다.

장비업체들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국내 LCD 공장 투자가 일단락 되고 반도체 업계의 신규 투자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다.

투자공백으로 부침을 겪었던 장비업계는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에 나서야 했다. 이후 장비업계는 생존을 위해 수요처 다각화, 신규 사업 진출을 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장비업계는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로 날개를 달았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지난해 1천14억원 매출, 12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스엔유는 지난해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중국 BOE와 비전옥스로부터 5세대급 OLED 증착 장비 수주에도 성공하면서 매출처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했다. OLED 장비 개발 초기단계부터 공을 들였던 중국 사업에서 성과를 얻었다.

박희재 에스엔유프리시젼 부회장은 “이번 실적개선은 단순히 전방산업의 투자증가에 따른 실적개선이 아니라 다년간 개발해온 증착장비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이뤄낸 쾌거”라며 “증착장비라는 신규시장 진입과 안착을 확고히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원익IPS도 지난해 매출이 4천230억2천527만원으로 전년 대비 21.3%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1억1천985만원으로 전년 대비 108.3% 증가했다. 지난 2010년 아토, 아이피에스가 합병하며 원익IPS로 출범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원익IPS는 지난해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주력인 반도체용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밖에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공장 등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건식식각장비 수요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주성엔지니어링도 길었던 부진을 끝내고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2년 영업손실은 838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 대비 92.1% 증가한 1천537억원을 기록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주력사업인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가 늘면서 LCD용 PECVD 장비와 OLED 봉지용 장비 등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여기에 지난해 조직정비를 단행하면서 비용절감에 따라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LIG에이디피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60.8% 증가한 1천515억원의 매출과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IG에이디피 역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LIG에이디피는 주요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 라인 투자에 나서면서 수혜를 입었다. 이밖에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CSOT와 70억원 규모의 LCD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케이씨텍은 지난해 매출액이 2천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6% 늘어났다. 영업이익 익은 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8.8%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LCD 공장과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에 관련 장비를 공급하며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송장비를 주력으로하는 로체시스템즈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9억1천362만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95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대비 60% 증가한 658억4천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고정비용 상승률이 줄어들고 이익률이 늘면서 영업이익 증가폭도 커졌다.

반면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매출이 4천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 줄어든 5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요 거래선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공백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수주가 없던 탓이다. 에스에프에이는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을 OLED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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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업계는 올해 OLED 분야에서 신규 투자가 재개되면서 장비 수주가 늘어나 실적 개선을 기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OLED 신규공장인 A3 라인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플라스틱 OLED 관련 설비 투자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투자도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1조8천억원을 투자해 이천에 가동 중인 D램 반도체 라인 신축에 나선다.

이와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세계 시장의 22%를 차지하던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 수요는 올해 세계 시장의 7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