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바가지 횡포에 몸살난 MWC

우울한 스페인 경제 현실 그대로 드러나

일반입력 :2014/02/26 09:07    수정: 2014/02/26 20:41

김태정 기자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정 기자>유럽 소매치기들이 총 집결했지만 경찰 대응은 부족합니다. 지역 상인들은 한 몫 챙기기에만 혈안입니다. 행사 주최를 향한 기업들의 불만이 불거졌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과 주변이 이렇게 전쟁터입니다.

이 곳에서는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진행 중입니다. 주최인 세계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전시 기간인 나흘 간 참관객이 7만5천명을 넘길 것이라며 기대에 차있습니다. 일반인의 최소 입장료는 약 110만원입니다.

이에 대해 참가 기업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GSMA가 자신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피해자(?)들이 전한 내용은 상상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전시장 부스에 간판을 달기 위해 사용하는 와이어 하나당 약 150만원을 GSMA에 낸다고 합니다. 와이어 4개를 달면 600만원인 셈입니다.

부스 설치비를 제외한 순수 자릿세도 엄청납니다. 회의장이 아닌 일반 전시관은 자릿세가 1제곱미터(㎡)당 많게는 995파운드(약 178만원)에 달합니다.

돈 많은 대기업들은 제외하고 부족한 살림에 무리해 참여한 벤처들의 분위기는 “각오는 했지만 눈물이 쏙 나온다”로 요약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이 모인 일반 전시관(3홀)은 자릿세가 1제곱미터(㎡)당 915파운드(약 162만원)입니다. 전시 공간 이외 회의실 가격은 이보다 낮음을 감안해도 수십억원 자릿세가 예상됩니다. 2천169㎡ 크기 삼성전자 부스는 자릿세로 30억원 넘게 들인 셈입니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일반 전시관(당시 8홀) 자릿세는 1㎡당 600파운드(약 107만원)였습니다. MWC 인기를 GSMA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보이는 대목입니다.

바가지는 전시장 밖에서 더 기승입니다. 한 참관객은 “아무리 봐도 모텔급인 시설이 하룻밤에 400유로(약 58만원)을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여기에 소매치기까지 당하면 악몽의 절정을 경험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악명 높은 바르셀로나 소매치기들에 MWC를 노리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에서 원정 온 집단까지 더해져 아수라장입니다.

현지 카탈루냐 경찰서는 “MWC에는 원래 도난 신고자들이 북적인다”고 익숙하게 답합니다.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경찰과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소매치기들에게 아시아 신흥국가 여권이 인기랍니다. 지하 시장에서 남길 수 있는 게 짭짤하다는 우울한 소식입니다.

한국인이 바르셀로나에서 여권을 분실하면 장시간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가야합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우리나라 영사관이 없습니다.

승용차가 아니라 버스에서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이 무려 30만원인 것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외국 관람객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MWC 기간에 경찰들이 버스 안전벨트 단속을 특히 강화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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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년간 경제 침체를 겪었던 스페인은 지난해 3분기부터 성장 국면에 진입했지만 실업률이 26%에 달합니다. 지금의 MWC 풍경은 우울한 스페인 경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스페인 정부는 2018년까지 MWC를 유치함에 따라 35억유로(약 5조3천억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한다는 데 돈벌이에만 급급해서 될 일인지 진중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m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