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IT 패러다임인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우세를 점한 아마존을 쓰러뜨리기 위해 올인하겠다는 IBM의 슬로건은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늦장대응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던 IBM이지만 일단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무섭게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배수진을 치고 클라우드를 향해서만 달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90년대 메인프레밈만 믿고 있다가 죽을뻔 한 뒤 SW와 서비스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통해 IT맹주로 부활했던 장면을 다시 한번 연출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거함 IBM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발표를 통해 클라우드 올인 모드로 전환했음을 분명히 했다. IBM 간판 소프트웨어 제품군까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옮기기 시작해 주목된다.
IBM은 24일(현지시간) 코드명 '블루믹스(BlueMix)'로 불리는 소프트레이어 서비스형 플랫폼(PaaS)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블루믹스는 오픈소스 PaaS인 '클라우드파운드리'에 기반한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배포, 관리를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블루믹스는 자바, 노드JS, 루비 등의 런타임을 제공한다. 또 데이터 캐시, 세션캐시, 엘라스틱MQ, 디시전, SSO, 로그분석, 레디스, 래빗MQ 등을 웹 환경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한다. 모바일 서비스로는 푸시, 클라우드코드, 모바일애플리케이션매니지먼트, 모바일퀄리티어슈어런스, 모바일데이터, 트윌로를 제공한다. 데이터 관리 서비스는 SQL데이터베이스, JSON 데이터베이스, 몽고DB, 마이SQL, 포스트그레SQL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 쪽에선 BLU 가속, 맵리듀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데브옵스 기능도 제공한다. 모니터링과 분석, 모바일 퀄리티 어슈어런스, 깃(Git) 호스팅, 배포자동화, 웹통합개발환경(IDE), 애자일개발 등이 이용가능하다.
이를 위해 IBM은 미들웨어 제품인 '웹스피어'를 자사 소프트레이어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으로 옮겼다. 블루믹스에서 웹스피어를 사용할 수 있다. 웹스피어는 IBM 소프트웨어 중 처음으로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제품이 됐다.
IBM은 사전에 정의된(pre-defined) 소프트웨어 패턴을 통해 현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환경의 웹스피어로 옮길 수 있게 했다. IBM이 전문가통합시스템 퓨어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간편화 기술 '패턴'의 클라우드 버전이다.
IBM은 20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 코드에서 정형화된 소프트웨어 디자인 패턴을 제공함으로써,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개발 복잡성을 줄였다.
블루믹스와 웹스피어를 활용하면 마케팅, 커머스, 보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새 클라우드 환경에서 쉽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클라우드 기반 DB 서비스도 강화됐다. 서비스형 NoSQL 데이터베이스(DBaaS) 기술을 보유한 클라이던트 인수가 그것이다.
클라우던트는 아파치 카우치DB JSON (JavaScript Object Notation) 문서 스토어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JSON은 데이터 교환 포맷의 한 형식이다. 클라우드 기반 NoSQL 서비스를 통해 개발자의 인프라에 대한 운영부담을 없애고, 오로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클라우던트는 CIA가 자금을 대는 벤처펀드 인큐텔과 삼성벤처스가 투자한 회사기도 하다.
IBM은 이밖에 파워시스템에 기반한 서비스형 왓슨을 내놨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DB2 BLU, 코그노스 분석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종합하면 IBM은 단순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에 여러 소프트웨어 및 SI 역량을 투입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웹스피어와 산업특화 솔루션을 필두로 각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제품군을 서브스크립션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IBM의 이 같은 행보는 경쟁사인 오라클이나 SAP에 비해 한발 늦은 행보긴 하다.
오라클은 퍼브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를 통해 IaaS, PaaS, SaaS를 제공하고 있다. 일찌감치 웹로직을 클라우드로 제공중이고, 오라클 PaaS를 이용해 오라클 DB와 웹로직, 자바 등을 이용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마케팅, 커머스, 세일즈, HCM 등의 애플리케이션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다. SAP도 석세스팩터스 같은 인사관리(HR)를 비롯한 비즈니스 스위트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 IT업계 주요 솔루션업체들이 마침내 클라우드 시장으로 제대로 진입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치형 혹은 구축형 사업모델로 막대한 수입을 거둬온 IBM, 오라클, SAP 등의 회사들은 그동안 기존 시장잠식을 우려해 클라우드 사업모델 채택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설치형 SW 패키지 제품을 라이선스 모델로 판매한다. 특정 기간에 대해 SW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오라클은 초기 패키지 판매와 함께 SW에 대한 지원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면서 장기적인 대형 매출원을 확보한다.
이같은 사업모델을 뒷받침하는 건 기업의 SW 도입 규모다. 설치형 SW의 경우 한 기업에서 대규모로 구매하게 된다. 한번 구매할 때 막대한 금액이 오간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기업 IT환경이 달라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의 SW구매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구축한 기업의 SW 구매는 과거 IT조직 혹은 기업 구매부서가 아닌 회사 내 사업조직으로 분산된다. 사업부서가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SW를 구매하기 때문에 그 지출규모가 크지 않고, 한 SW기업의 독점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대형 IT회사들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미국에선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채택한 SW회사들이 급성장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이 CRM 시장을 장악했고, 워크데이가 HR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IBM의 텃밭이었던 하드웨어와 IT서비스 시장을 붕괴시켰고, MS와 구글까지 참전했다. 결국 오라클과 SAP가 IBM에 앞서 클라우드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IBM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향후 사업의 전면에 내걸 기세다. x86서버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포함, 10억달러를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스마트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SCE)를 버려가며 20억달러에 소프트레이어란 IaaS 회사를 인수했다.
IBM이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하고 웹스피어를 비롯한 솔루션을 이제야 퍼블릭 클라우드로 제공하기 시작한 건 회사 내부의 경쟁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IBM은 시스템사업부와 소프트웨어사업부의 개별부서가 내부경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워시스템과 x86서버를 담당하는 부서가 서로 경쟁하고, 하드웨어 사업부의 각 부서가 토털아웃소싱(ITO)을 제공하는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그룹과 경쟁한다. GTS 내부에선 ITO 부서와 클라우드 사업부서가 경쟁한다.
소프트레이어 인수는 이 같은 내부경쟁으로 인한 사업추진 걸림돌을 붕괴시키는 충격요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웹스피어는 IBM SW제품 중 준수한 성적을 거두긴 하지만, 최근 들어 오라클 웹로직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막혀 전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의 수요가 클라우드로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적인 변화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추세로 보면, IBM 핵심솔루션이 소프트레이어 서비스로 이동하는 모습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형 DB2(DB2aaS)', '서비스형 인포스피어'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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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IBM의 클라우드 사업 올인 전략이 본격화됐지만, 국내에서도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거라 보긴 힘들다. 한국의 대기업 IT시장이 클라우드를 더디게 채택하고 있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회사의 미들웨어사업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활발하게 클라우드에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클라우드 이전을 아직 주저하고 있다”라며 “미션크리티컬 환경이 클라우드 기반 미들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동하지 않고 있어 본사와 달리 크게 드라이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