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자료나 교과서로 가득찬 무거운 가방에 2kg 넘는 노트북까지 담아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다. 물론 데스크톱PC 대신 책상 위에 놓고 쓸 노트북이라면 다소 무겁고 커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매일 들고 다녀야 하는데도 가격이나 성능만 보고 무작정 무거운 노트북을 고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책상 위에서 잠자게 될 것이 분명하다. 노트북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휴대성인 이유다.
LG전자가 1월에 출시한 노트북 ‘그램’은 본체 무게만 겨우 980g이다. 13인치 풀HD 화면과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달았다. 노트북 무게와 두께 등 휴대성을 따질 때 자주 쓰이는 제품인 애플 맥북에어와 비교해 보아도 더 가볍다. 그럼에도 특별히 빠지거나 덜어낸 기능은 없다.■13인치 크기에 풀HD 화면 넣었다
LG전자가 이 노트북을 광고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은 ‘울트라북’이 아닌 ‘울트라PC’다. 사실 여기에는 사연이 조금 얽혀 있다. 인텔이 지난 2013년부터 ‘울트라북’이라는 이름의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터치 기능이 빠지면 ‘울트라북’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이 제품은 ‘울트라PC’가 된 것이다.
실제로 그램에는 터치 스크린이 안 달렸다. 그 대신 터치를 인식하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각종 기구가 차지하는 무게나 부피만큼 이득을 봤다. 두께는 13.6mm, 무게는 980g인데 1.35kg인 13인치 맥북에어, 1.08kg인 11인치 맥북에어와 비교해도 훨씬 가볍다. 본체는 가볍지만 강도가 높은 마그네슘 합금과 플라스틱을 써서 무게를 최대한 줄였다.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13.3인치 크기에 16:9 비율 풀HD(1920×1080 화소) 패널을 넣은 부분이다. 보통 13인치 노트북에는 1366×768 화소 패널이 자주 쓰인다. 볼 수 있는 정보량을 두 배 이상 늘린 셈이다. 테두리(베젤)도 4.4mm로 극단적으로 줄였다. 베젤과 실제 LCD 패널이 표시되는 공간 사이 크기가 2mm에 불과하기 때문에 광고 사진에서 흔히 문제가 되었던 과장 베젤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사실 이렇게 작은 크기 케이스에 고해상도 LCD 패널을 넣는 것은 오래 전부터 LG전자가 자주 해 왔던 일이다. 2012년에 LG전자가 출시한 울트라북 ‘Z360′만 해도 12인치 화면이 들어가야 할 곳에 13.3인치 패널을 넣었다.
키보드는 79키이며 비교적 공간에 여유가 있는 13인치 노트북의 이점을 살렸다. 크기에 비해 키 크기도 크고 간격도 넓다. 밝기 조절이나 볼륨 조절 등 여러 기능은 펑션(Fn)키를 눌러 조절할 수 있다. 작은 노트북 키보드때문에 불편해 했던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터치패드도 노트북 하판과 이음매 없이 연결되어 디자인에 위화감이 없다. 타이핑하다보면 화면이 약간 흔들려 불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강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성과 성능 균형 맞췄다
그램은 인텔 코어 i3, i5, i7 프로세서 중 용도에 맞게 원하는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다. SSD 용량은 128/256GB, 메모리 용량은 4/8GB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프로세서나 SSD・메모리 용량을 제외하면 외형과 무게는 모두 동일하다. 리뷰 제품은 128GB SSD, DDR3L 4GB 메모리를 달았다. 가장 저렴한 구성이지만 동영상 재생, 오피스 프로그램, 웹브라우저 등 여러 작업을 하는데는 지장 없다.
그래픽 칩셋은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 내장된 HD그래픽스 4400을 썼다. 스마트폰에 맞게 동영상 화질을 낮춰주는 퀵싱크비디오나 동영상 가속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게임, 혹은 플래시 기반 소셜 게임을 즐기기도 충분하다. 다만 본격적으로 3D 게임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있다.확장 단자는 USB 3.0 2개와 HDMI 1개를 달았다. 왼쪽에 달린 USB 3.0 단자는 스마트폰 급속 충전 기능을 지원하며 유선랜 어댑터를 연결하면 10/100BASE-T 유선랜도 쓸 수 있다. 카페나 공공장소에서 제공되는 무료 무선랜 뿐만 아니라 보안상 무선랜을 쓸 수 없는 장소에서도 끊임없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유선랜 어댑터는 무게가 14g에 불과해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무선랜을 쓸 경우 속도가 떨어지거나 끊기는 현상이 있었지만 최근 무선랜 드라이버가 업데이트 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저장공간은 128GB SSD를 장착하면 복구 공간과 윈도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약 85GB를 쓸 수 있으며 윈도 운영체제가 내장되지 않은 모델을 구입하면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저장공간이 부족하거나 스마트폰과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는 마이크로SD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내장된 마이크로SD카드 리더는 SDHC 규격을 따르는 샌디스크 16GB 제품과 SDXC 규격을 따르는 삼성전자 64GB 제품을 모두 문제없이 읽고 썼다.
외부 영상출력은 인텔 무선디스플레이(와이다이)와 HDMI 단자 등 두 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무선디스플레이 어댑터가 있다면 TV나 모니터를 두 번째 화면처럼 활용할 수 있다. 방에서 서류 작업을 하면서 거실로 동영상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HDMI 단자는 HDMI 1.4 규격을 따라서 1920×1080 화소 풀HD 뿐만 아니라 2K(2560×1600) 디스플레이를 연결해도 잘 돌아간다.
■SSD 성능도 ‘PC수준’
PC 체감 속도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것은 프로세서(CPU) 처리 속도, 그리고 저장장치에서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다. 그램은 예산이나 용도에 따라 프로세서를 골라 쓸 수 있어 프로세서 처리 속도보다는 저장장치 속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크리스탈디스크마크 3.0.3을 이용해 측정한 SSD 읽고 쓰기 속도는 순차 읽기 속도가 초당 최대 491.1MB, 순차 쓰기 속도가 초당 321.5MB다. 데스크톱용 SSD와 큰 차이 없는 속도다. 다음으로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체감속도를 확인했다.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사진 효과, 얼굴 인식, 주가 차트, 오프라인 노트 등 처리를 수행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웹엑스퍼트’ 점수는 1091점이다. 인텔 태블릿이나 아이패드 에어의 두 배 가까운 점수다.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작업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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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은 무게와 두께를 극한까지 줄이는 동시에 성능과 휴대성의 균형을 맞춰 휴대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알맞다. 코어 i3 프로세서와 128GB SSD, DDR3L 4GB 메모리를 장착하고 윈도 운영체제가 빠진 모델은 90만 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어 가격 대비 성능도 높다.
다만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패널에 보이는 세로줄무늬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보거나 리더 모드를 이용해 어두운 화면에서 본다면 크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거나, 빨간색, 파란색 등 원색을 띄워 놓으면 세로줄무늬가 단박에 보인다. 제품 출시 초기에는 이 문제로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지만 2월 이후 출시된 제품은 이런 현상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여러 건 있다. 화면이 염려된다면 매장이나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