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결국 HANA 가격 장벽 낮췄다

비용 부담 낮추려 라이선스 체계 다양화

일반입력 :2014/02/23 10:37    수정: 2014/02/23 10:56

SAP가 전략 제품으로 밀고 있는 인메모리 기술 '하나(HANA)' 가격이 비싸다보니 시장 확산이 더디다고 보고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폴 매리엇 SAP 수석부사장은 지난 19일 인텔코리아 신형 프로세서 공개 행사장에 참석해 올해 달라진 HANA 라이선스 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 방식을 (엔터프라이즈 고객 대상으로) 남겨 두고 '베이스에디션'과 '런타임프라이싱'이라는 2가지 라이선스를 고객 선택권 강화를 위해 추가했다. HANA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신생 벤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매리엇 수석 부사장은 SAP HANA가 '미션크리티컬' 수요를 공략할 것이라던 당초 포부와 달리 국내 금융권에선 비싼 도입가격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일부 인정하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베이스에디션은 기술구성을 간소화해 초기 도입가격을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 대비 4분의 1수준까지 낮췄고 런타임프라이싱은 HANA DB 기반으로 돌리는 애플리케이션 비율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에선 HANA를 다른 DB기술에 비해 선호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방대한 데이터를 올리려면 막대한 DB서버용 메모리 용량을 갖춰야 하는데 그만큼 HANA 구매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도 늘어난다.

HANA를 쓰면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려 놓고 단순 읽고쓰기나 분석작업을 디스크 또는 플래시기반 DB보다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상대적으로 투자에 여유가 있는 금융권에서도 가격에 부담을 느낀 모습이다.

기존 HANA 라이선스 체계상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SAP의 간판 소프트웨어인 전사적자원관리(ERP)나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 계열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사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SW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가격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HP, 델, IBM, 후지쯔같은 HANA용 하드웨어 공급 파트너들이 아무리 장비 가격을 양보해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SAP는 내년까지 업계 3위, 또는 더 짧은 기간내에 2위로 따라잡겠다던 '핵심업무'용 메인DB 영역에 좀처럼 발을 붙이지 못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HANA 도입사례 가운데 전략적인 공략 목표 시장인 '메인DB'에서의 성과는 일부에 불과하다. 분석용도인 데이터웨어하우스(DW)에 HANA를 적용한 경우가 더 많다.

내년까지 HANA를 DB시장 3위 제품으로 만든다는 게 당초 SAP 목표였는데, 지금 분위기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 대부분이 핵심업무용 DB의 대명사겪인 오라클DB를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 영역에 그대로 남겨 두고, 상대적으로 도입부담이 덜한 DW 영역에 HANA를 써 왔다는 얘기다.

SAP는 이런 시장의 현실도 수용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DW역할의 HANA가 메인DB나 하둡 등에서 분석할 데이터를 더 잘 조회하고 가져올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 '스마트데이터액세스(SDA)'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매리엇 부사장은 SDA 기술로 다른 DB에 있는 데이터와 HANA를 함께 쓸 수 있도록 다양화했다. 과거 SAP가 인수한 사이베이스 DB 고객들이 쉽게 HANA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데이터 플랫폼도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AP는 지난해 11월 SDA 최신버전에 오라클DB 연결기능도 추가했다. HANA에서 기존 오라클DB 사용 고객들의 데이터 분석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타사DB와의 공존을 강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SAP코리아는 오라클DB같은 주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가 오라클 DW 제품으로 확장하지 않고 대신 SAP HANA를 선택하는 성과를 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SAP에 인수된 사이베이스 OLTP용 DB와 분석용 DW 기술을 국내에 공급해 온 총판들은 SAP코리아와는 다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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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 고객 확보 경험이 있는 사이베이스 파트너들이 보기엔 SAP가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다는 것이다. 기존 사이베이스 고객 기반을 발판삼아 검증이 덜 된 HANA 기술을 금융권에 제공하려 했는데, 생각대로 안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AP코리아는 국내 모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부각했다. 보험업무용 SAP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HANA를 공급, OLTP 업무에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SAP코리아는 국내 사이베이스 파트너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