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냉장고 용량 대결 접고 ‘사용성’ 승부

조성진 사장

일반입력 :2014/02/17 14:23    수정: 2014/02/17 15:30

정현정 기자

“용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어느 정도 수렴이 됐다고 보고 어떻게 용량을 짜임새 있게 쓸 것인지로 초점을 맞췄다. 이제 제조사가 용량을 위주로 경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쟁사가 올해 1000리터 냉장고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쯤되면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 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LG 디오스 냉장고 신제품 발표회에서 냉장고 용량을 앞세운 경쟁을 넘어선 화두로 편리한 사용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1000리터 냉장고 출시를 예고한 상태에서 한 발 앞선 신제품 발표로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이날 LG전자가 발표한 신제품 ‘디오스 V9500’의 용량은 950리터로 기존 모델 대비 40리터 정도 용량이 커져 종전 LG전자가 가지고 있었던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 타이틀을 앞선다. 하지만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세계 최대 용량’이라는 홍보 문구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신제품의 공간 효율성과 사용편의성을 소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3월 먼저 800리터 냉장고를 선보이면서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삼성전자가 900리터 제품을 먼저 출시한 이후에는 LG전자가 다시 세계 최대 용량 910리터 냉장고를 출시하며 900리터급 냉장고 경쟁을 본격화했다. 최대용량 광고를 놓고 삼성전자와 법정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냉장고 용량은 민감한 이슈였다.

박영일 LG전자 냉장고사업담당 부사장 “내부 조사 결과 고객들의 70% 이상이 가장 적합한 용량대로 950리터를 제시했다”면서 “고객들이 원한다면 1500리터 냉장고를 만드는 것도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로썬 고객 사용편의성을 무시하고 용량 위주로 신제품 경쟁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일색이었던 신제품 발표회에 1~2인 가구를 겨냥한 융복합 제품도 소개됐다. 상냉장실과 하냉동실 중간에 100리터 용량의 김치냉장고 전용 서랍을 적용한 ‘다목적 냉장고’는 김치 보관 양이 많지 않고 공간효율을 중시하는 맞벌이 부부 등을 겨냥했다. 가격은 360만원대 출시가 유력하다. 아울러 LG전자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정수기 냉장고가 월 1천대 수준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는 용량을 700리터 후반대로 줄인 보급형 모델도 확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냉장고를 비롯한 생활가전 마케팅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메탈 케이스나 매직스페이스 등 도어인도어(DID) 제품을 먼저 개발해 놓고도 마케팅에서 밀려 시장선도 이미지를 주지 못했던 실수를 인정하고 올해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올해 국내 시장이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신모델 투입과 마케팅 투자도 크게 늘릴 생각”이라면서 “기존 마케팅이 가격 할인에 대부분 투입됐다면 올해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인스토어커뮤니케이션과 매장 디스플레이, 광고에 좀 더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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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지난해 목표로 제기했던 전체 생활가전 시장 1위 목표를 위해 주력 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 외에 오븐과 빌트인, 청소기 등 사업부문도 공격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홈어플라이언스 부분의 주력 사업인 냉장고와 세탁기는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장을 거뒀다”면서 “올해는 주력이 아니었던 오븐, 빌트인, 청소기 등 부분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