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MS)란 거함의 새 선장으로 임명됐다. 29년된 회사의 세번째 CEO를 맡은 입장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건 그는 “변화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다같이 최선을 다하자”고 적극 주문했다.
MS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가 풀어야할 숙제들은 쌓여 있다. 밖에서 보기에 MS는 지금 위기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 X박스 사업과 관련해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모바일
2000년대 중반까지 지금의 MS를 상상한 사람은 없었다. 윈도는 날개돗친 듯 팔렸고, MS 오피스가 세계를 지배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 등장은 MS에게 큰 타격을 줬다. 윈도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는 MS의 계획은 실현됐지만, 모바일 시대의 세상 사람들 손에 쥐어진 건 MS 윈도가 아니었다.
사티아 나델라는 실기한 모바일 시대 대응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인수한 노키아의 휴대폰사업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의 휴대폰 제조역량을 활용하는 건 어렵지 않다. 생산라인과 개발조직을 흡수한 만큼 하드웨어 개발능력은 고스란히 MS의 일부로 합쳐질 수 있다.
문제는 윈도폰이란 OS와 노키아 하드웨어간 화학적 결합이다. 윈도폰을 하드웨어에 최적화시키는 건 단기간에 달성될 문제지만, MS 하드웨어 파트너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야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레노버 등 휴대폰 제조사가 MS를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면, MS의 성공을 이끌었던 연맹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자칫 윈도폰에 신경쓰다 윈도 사업까지 해를 입을 수 있다.
서피스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관건이다. MS 자체 태블릿인 서피스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이미 서피스는 윈도PC 하드웨어 파트너와 MS 사이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MS는 윈도폰과 ARM 기반 서피스 OS인 윈도RT를 점진적으로 통합해갈 의사를 밝혀왔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휴대폰과 태블릿 OS를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인데, 이는 MS에게 윈도와 윈도폰으로 구분됐던 파트너 생태계의 중첩을 의미한다. MS가 모바일을 위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윈도폰 생태계를 중심으로 앞으로 갈 것이냐, 90%를 차지하는 윈도 생태계를 기반으로 전진할 것이냐에 따라 서피스의 사업전략도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메일에서 “이제 우리는 더 광범위한 범위의 디바이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라며 “우리에게 새로운 모바일 역량을 가져다 주는 노키아 디바이스와 서비스 인력들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기회를 창조하는 플랫폼과 에코시스템 구축에 계속 주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서비스
MS는 솔루션 회사 성격이 강하다. 그러던 MS가 작년부터 서비스 회사로 변신할 의사를 명확히 했다. 솔루션과 서비스는 180도 다른 성격의 사업이다. 빙, 아웃룩 등 MS의 인터넷 서비스는 그동안 크게 성공하지 못했는데, 강력한 한방보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서비스 사업에서 솔루션 회사로서 MS의 한계를 보여준다.
사실 MS가 앞장 세우는 서비스는 빙과 아웃룩이 아니다. 오피스365와 애저 클라우드가 MS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하고 있다. 모두 솔루션으로 대성공을 거뒀던 오피스와 윈도를 서비스로 확장한 성격이다.
오피스365는 구글, 애플 등의 도전에 직면했다. 모바일 시장의 우세에 힘입어 구글과 애플은 애플리케이션과 웹기반 오피스를 MS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애저는 아마존, 구글과 경쟁해야 한다. 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를 추격하면서, 2인자 자리를 두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추격을 방어해야 한다.
사티아 나델라가 최근까지 애저 서비스를 총괄해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는 지난 2년 간 윈도와 애저라는 상충되는 사업을 하나의 조직 안에서 수행하도록 만든 인물이다. 윈도와 애저의 관계를 내부 경쟁에서 상호 협력으로 규정하는데 성공했던 그의 경력은 MS 전체 서비스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티아 나델라가 밥 무글리아에 이어 서버&툴사업부를 총괄하게 된 후 이전까지 존재했던 3단계 가량의 중간 관리체계를 제거해버렸다는 전직 MS 직원의 말을 전했다. 변화에 필요한 과감함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변화의 단초는 윈도8.1로 이미 어느정도 보였다. 윈도8.1은 검색기능에 빙을 통합했으며, 윈도8.1의 기본 메일 클라이언트는 아웃룩 서비스다.
윈도의 주요 저장매체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스카이드라이브다. 구글처럼 MS 서비스를 윈도란 솔루션에 녹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웃룩, 스카이프 등과 익스체인지의 더 긴밀한 연계 등 서비스와 솔루션의 본격적인 결합을 예상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가 기업용 제품 쪽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는 건 약점일 수 있다. 오피스365는 기업과 개인 모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이며, 아웃룩과 빙은 개인용 서비스 성격이 더 강하다. 하지만 빙 서비스를 담당하기도 했다는 점이 경험부족에 따른 판단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X박스
X박스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향배도 주목할 부분이다. X박스와 키넥트는 사업 시작 이래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신임 CEO 선임 후 X박스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을 정도다.
사티아 나델라가 X박스 사업을 포기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X박스에 애정을 보여온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의지를 승계할 지, 단기수익성 확보를 원하는 이사회의 의지에 따를 지 현재로선 어떤 속단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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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X박스 사업의 일부인 키넥트는 차세대 컴퓨팅 인터페이스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갖는다는 점 등은 나델라 CEO에게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델라는 취임 첫날 공개석상에서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