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수신료와 광고 수익을 분리해 집행하는 회계분리를 검토한다. 시청자에 걷은 수신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길환영 KBS 사장은 4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수신료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명확히 밝힌다는 것은 수신료를 내주는 국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라며 그간 줄곧 제기된 회계분리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최성일 숭실대 교수와 김대길 회계사 등 자문위원단과 김충식 부위원장, 김대희 상임위원등이 연이어 회계분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되는 시청자가 수신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최성일 교수는 “KBS가 현재 회계분리를 바로 할 수는 없어도 수신료 용처에 대해 알 필요가 있지 않냐”며 “구체적인 단계 방안이 필요하다는게 여러 회계사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길환영 사장은 이에 “수신료 수익과 광고 수익이 합쳐져 여러 분야에 쓰이기 때문에 궁금해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갈라 설명하기 힘들다”면서도 “최근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자문위원과 상임위원이 말씀하셨고, 몇 달전 회의하면서 임원들에 회계분리 가능성을 명확하게 알아보자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회계사들의 자문을 받아 밝혀보라고 주문해놓은 상태”이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하고 안된다고 하면 전문가 의견이 아니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회 승인 과정에서도 제기될 문제라는 점을 고려한 답변도 내놨다. 길 사장은 “앞으로 국회에 가서 이런 문제가 나올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저도 확실하게 결과를 갖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준호 KBS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은 “사전적으로 회계분리를 할 경우 1TV와 2TV의 PD와 장비를 따로 써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KT에서 하고 있는 방법처럼 최근 3년 동안 채널별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였는지 사후적으로 따져보는 방안도 이사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KBS 이사회 내에서 소수 이사가 제안한 내용을 두고 김충식 부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회계분리 외에 인건비 축소와 인력구조 개선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김대희 위원은 “모든 경비는 5% 절감하면서 인건비는 그런 내용이 해당되지 않고 물가상승은 반영한다고 되어 있다”며 “다른 경비는 줄이면서 인건비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질책했다.
길 사장은 이에 대해 “일반 경비처럼 일률적인 삭감 정책을 내기 어렵다”며 노사합의, 노동관계법 절차, 물가 상승률 등을 예로 들었다. 또 타사에 인력을 빼앗기는 경쟁구도도 임금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내놨다.
다만 길 사장은 “임금피크게를 도입하고 조금 더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를 두고선 이경재 위원장은 “KBS의 인력구조는 일반기업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인 역피라미드 구조”라며 “제 역할 못하는 고임금자면 창의력 있는 젊은 인력을 2~3명을 충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 역시 이 부분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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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양문석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권력이 자본권력보다 더 영향이 크로 불공정 방송이 문제가 돼왔다”며 광고 축소 계획보다 정치 권력에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을 촉구했다.
양 위원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에 관한 제도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KBS가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은 보도의 공정성이라며 여론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게 현실인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