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모토로라 삼킨 레노버, 공룡되기까지...

레노버, 11명 벤처에서 모토로라·IBM 삼킨 괴물로

일반입력 :2014/01/30 15:15    수정: 2014/02/02 17:03

이재운 기자

중국 레노버가 미국 IBM의 PC, x86 서버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또 다시 모바일 분야에서 미국 모토로라를 사들인다. 레노버는 미국 브랜드 IBM PC 사업 인수를 통해 얻은 명성을 모바일, 서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9일(현지시간) 구글은 모토로라를 29억달러에 레노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레노버는 PC 시장 세계 1위, 모바일 시장 세계 3위 업체로 등극하게 됐다.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6%까지 끌어올렸다. LG전자, 화웨이 등을 제치고 세계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자리를 꿰차게 됐다. 앞서 레노버는 지난해 미국업체인 HP를 제치고 PC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레노버는 연간 매출 300억달러, 순이익 8억달러에 달하는 회사다. 지난해 5월 공개한 2012 회계연도 연간 매출은 340억달러(약 36조4천480억원)다. 세전 순이익은 8억100만달러(세후 6억3천500만달러)다.

레노버의 시작은 ‘렌샹’이라는 작은 벤처기업이다. 창업자인 류촨즈 박사는 중국 정부의 출연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 출신으로 함께 일하던 11명의 동료와 함께 렌샹을 설립했다. 1980년대 타자기 판매로 시작한 렌샹은 이후 중국 자체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며 종합정보통신업체로 성장했다.

렌샹은 당초 ‘레전드’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다 지난 2003년 ‘레노버’라는 브랜드를 새로 발표했다. 중국 내에서는 데스크톱부터 노트북, 휴대전화 등 IT 분야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았지만 글로벌 인지도가 낮아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레노버가 세계 무대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PC사업부문 철수를 추진하던 IBM과의 인수협상을 벌이면서다. 당시까지만 해도 레노버는 중국 내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에 불과했다.

IBM PC 사업 매각 당시 미국 내부에서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IT산업의 상징을 중국에 넘길 수 없다며 정치권까지 나서 논쟁을 벌였지만 레노버는 결국 IBM의 ‘씽크패드(ThinkPad)’ 브랜드를 차지하며 단숨에 세계 3위 PC 제조사로 떠올랐다.

레노버는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중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며 지난 2012년 3분기부터 세계 1위 PC제조업체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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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중국 주요 공업지대인 우한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 연구개발(R&D), 판매운영, 생산 복합 시설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해 태블릿 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385% 출하량 성장을 기록하는 무세운 기세를 보여줬다.

레노버의 지주회사는 레전드홀딩스로 알려졌다. 창업자인 류촨즈 박사는 지난 2012년까지 레전드홀딩스의 회장으로 근무했다. 레전드홀딩스는 레노버 외에 부동산, 벤터캐피탈, 농업 관련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레전드홀딩스 계열 벤처캐피탈 업체는 과거 일본 최대 메모리 업체인 엘피다 인수전에도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