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연이은 정치적 심의를 내놓는다는 논란에 빠졌다. JTBC 뉴스9에 이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법정제재를 내리면서, 여야 추천 위원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심의 규정을 두고 정치적인 입장차이로 제재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소수에 속하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반발하며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중잣대라는 주장이 나오고, 정치권에서도 성명서 등의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23일 지상파라디오 시사프로그램 CBS-AM ‘김현정의 뉴스쇼 2부’에 주의를 의결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대통령 퇴진 주장을 펼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당시 박창신 신부는 “18대 대통령선거가 국정원과 정부의 모든 기관이 합작해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단체들이 말하자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대선에 개입했기 때문에 부정선거”라고 말했다.
또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NLL을 두고 청와대가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유는 김현정 앵커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옹호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이중잣대라는 주장을 제기한 부분이다.
TV조선의 ‘뉴스쇼판’이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트윗을 방송에 출연시켜 같은 내용을 말하도록 연출했지만, ‘김현정의 뉴스쇼’와 달리 행정제재에 그쳤다. 이를 두고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이란 심의 기준이 정치적 입장차에 따라 갈린다는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는 여야 위원 입장차이로 고성이 오가며 회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심의 결과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1표, 주의 5표, 문제없음 3표로 주의가 의결됐다. 여야 추천 비율 6대 3이란 구조가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방통심의위는 “전화 인터뷰에 이어 여야 의원 인터뷰를 배치하는 등 전체적으로 균형성의 틀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적절한 질문 등을 통해 균형을 잡아주는 진행자의 역할이 미흡해 사실과 다른 출연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주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의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명백한 정치심의라고 규정지으며 위원회에 “언론활동을 위축시키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데 앞장선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즉각 해체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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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방통심의위는 지속적으로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 길들이기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2012년 위원회의 법정제재가 법원에서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최 의원은 “5월 방통심의위 위원이 교체된다”며 “위원회 위원 구성을 개선하는 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