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 심의 관련 6개 규정을 개정했다. 당초 입안 예고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던 ‘민족의 존엄성’ 신설은 철회했다.
다만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그대로 개정에 포함됐다.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됐던 대상으로, 정치적 방송 심의가 가능해졌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심의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방송심의 관련 6개 규정과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개정했다.
위원회는 당초 입안예고에 따라 제25조2항에 ‘민족의 존엄성’ 관련 심의 기준을 신설하려 했다. 이 안은 ▲방송은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방송은 일반적으로 인식된 역사적 사실 또는 위인을 객관적 근거없이 왜곡하거나 조롱 또는 희화화해 폄훼하지 않아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설 조항인 이 부분은 지난해 공개된 이후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 민주당 등은 정치 논리에 따른 방송 심의에 표현의 자유가 사라진다고 반대해온 부분이다.
위원회는 “현행 25조 3항과 중복되며, 객관적 명예훼손 등 타 조항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자체 규제심사위원회 심사 및 입안예고 공청회 의견 수렴 결과 신설안을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29조 2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그대로 신설됐다. 헌법의 기본질서를 해치지 않고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해선 안된다는 내용이다.
이 안은 입안예고 공청회 당시 최상위법인 헌법이 일개 조항이 된다면 모든 조항을 간섭할 수 있는 특수조항이 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 방침에 비판적인 보도프로그램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JTBC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보도와 관련 공정성 등의 이유로 중징계가 내려졌으나 이 신설 조항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단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시민단체에선 규정의 내용보다 심의위원들의 정치적 해석에 따라 규제가 갈리는데, 지나치게 모호한 조항으로 정부 비판 보도프로그램의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결과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새로 개정된 부분에는 방송 내 상품 광고 효과와 관련한 부분이 포함됐다. 예컨대 상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사용권유 및 조장, 특정 기능 시연을 제한하고 의도적이지 않은 상표의 단순 노출은 허용키로 했다.
자살 수단이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 소개, 자살을 미화하는 내용은 제한하고, 투자 자문 방송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주가 조작과 같은 범죄 예방 규정이 정비됐다.
대담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자의 방송언어 심의 기준도 강화했다. 어린이 재연프로그램 출연규제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 방송 내용도 새 규정에 담겼다.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도 대폭 개정됐다. 우선 가맹사업, 구인광고에서 객관적 근거가 없는 표현은 제한되며 ‘최상급’이란 표현에 대한 준수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외국음악이나 동요 사용 규제는 완화됐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관련 노출 및 선정적 장면 연출 규제는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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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해외에서 국내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규정 적용 범위를 도 ·음란 등으로 명문화했다.
이날 개정된 규정은 오는 15일 관보게재 이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