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실리콘밸리 신화 기로에 선 카카오

[신년기획1-1]한국IT, 실리콘밸리 넘자:인터넷③

일반입력 :2014/01/23 06:50    수정: 2014/01/23 14:53

남혜현 기자

지금 세계는 '혁신 전쟁' 중이다. 판을 뒤집은 자가 세계를 호령한다. 정보통신(ICT) 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지디넷코리아는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한국 IT 산업이 혁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 ICT 주요 분야별로 점검해볼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인터넷 분야 3편을 시작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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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韓 인터넷, 모바일 타고 세계 1등 감 잡았다

2) 라인 특명 세계 1위 관문…5억명 돌파하라

3) 한국판 실리콘밸리 신화 기로에 선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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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출시 초기에는 국민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게 될 줄 그 누구도 몰랐다. 고작 하나의 '앱'에 불과한 모바일 메신저가 출시 1년만에 이동통신사들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지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카카오톡의 성공은 네이버 라인, 텐센트 위챗이란 메신저 공룡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무대에 올라선 카카오는 영리했다. 아이폰이 가져온 스마트폰 혁명을 바탕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무료로 원 없이 문자를 보낼 수 있으니 음성 통화 양도 줄었다.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앱이 우리의 망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익에 타격을 끼쳤다라고 주장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편이었다. 이통사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불과하다고 인식했다. 이 때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외산 SNS들이 국내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카카오톡은 이동통신사와 외산 SNS 같은 골리앗 사이에 낀 다윗으로 비쳐졌다.

물론 카카오를 키운 것은 스마트폰이 바꿀 변화를 기민하게 읽은 판단력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다윗'으로 만든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스타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카오도 이를 잘 알았다. 1억 가입자를 확보했던 2011년 4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기자들에게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윗, 영웅의 탄생이었다.

■카카오 성장기…또 하나의 벤처 신화

카카오의 성장 과정은 인터넷 벤처가 어떻게 시장을 개척할지를 알리는 하나의 해법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에서 해볼만한 사업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모바일 메신저'를 내놨고, 무료 메신저가 돈을 어떻게 벌겠느냐라는 질문에는 '게임하기'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누구나 상상할 수는 있었지만 빠르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결정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게임하기 등은 국내 다른 대기업들도 내부적으로 논의했던 카드로 알려졌지만 벤처 특유의 속도전을 따라잡지 못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3천700만명 중 3천500만명이 카카오톡을 내려받아 가입했다.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는 1억3천만명이다. 네이버 라인 3억명, 중국 텐센트 위챗 6억명 등에 비하면 작아 보이지만 경쟁자들이 대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이다.

매출 역시 2011년 18억원 하던 것이 2012년 458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게임하기가 출시되고 난 후 3개월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성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벌어 들인 매출을 2천억원으로 추산한다. 올해 매출은 예상하기 어렵다. 게임하기가 그러했듯 카카오가 시도하는 여러 사업들 중 어떤 것이 또 다시 황금알을 낳을지 속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중급 벤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올해 보여줘야 한다. 카카오가 안은 숙제는 두 가지다. 어떻게 가입자를 더 늘릴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 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카카오 내놓은 해결법은 '동남아 진출'과 '콘텐츠, 모바일 광고 강화'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직까지 남들이 선점하지 않은 동남아에서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닦는다는 전략이다. 라인, 위챗 등도 모두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다변화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카카오가 시도한 사업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난해 야심차게 시작한 카카오 페이지에 대한 콘텐츠 업체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반대로 카카오스토리는 대박을 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SNS는 카카오스토리다. SNS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설문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55.4%가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했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그룹 외에 쇼핑, 마케팅, 게임, 콘텐츠 등 다방면 플랫폼을 갖추고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카카오가 포털 같은 공룡 플랫폼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카카오가 생각하기에 스스로는 아직 벤처에 가깝다. 확실한 성장동력과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우니까 빨리 움직이고 빨리 실행해보고, 안되더라도 실패의 교훈을 빨리 찾아서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한다며 예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서비스는 새롭게 도전하고 다시 수정을 하고 이런 프로세스를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벤처' 카카오, 상상력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카카오가 위챗을 이길 수 있을까.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마케팅 비용으로만 싸운다면 수천억원씩 쏟아 붓는 경쟁자들을 카카오가 쉽게 당해낼 수 없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금까지 네이버 라인, 텐센트 위챗 같은 공룡 사이에서도 선전하며 잘 싸워왔다.

지금 카카오에 다시 필요한 것은 상상력으로 보인다. 남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으로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아직 벤처다.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 안경이나 스마트 시계 같은 새로운 디바이스가 성공한다면 이 시장에 시기적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벤처일 가능성이 크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당장은 카카오톡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는 일은 없어보이지만 싸이월드가 스마트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힘들어진 것을 돌아봐야 한다며 사람들이 계속해서 카카오톡을 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토리텔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무료 문자 제공이라는 형식이 같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어렵다. 때문에 카카오가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예컨대 트위터로 미아를 찾은 경험담은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를 더욱 신뢰하고 자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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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스마디사업단장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은 각광을 받고 스토리가 없는 제품은 버려지게 될 것이라며 엔지니어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감동받을 만한 스토리를 제품에 담아주면 그에 대한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내년 5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카카오에 매겨지는 점수는 달라질 것이다. 카카오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아시아판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쓸 수도 있다. 아직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카카오가 과연 할 수 있겠느냐, 그 답을 올해 카카오가 던져줘야 한다. 카카오가 좌절하면 그만큼 국산 인터넷 서비스의 세계 진출 가능성도 낮아진다. '100만 수익을 내는 파트너'를 목표로 삼은 카카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