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혁신 전쟁' 중이다. 판을 뒤집은 자가 세계를 호령한다. 정보통신(ICT) 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지디넷코리아는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한국 IT 산업이 혁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 ICT 주요 분야별로 점검해볼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인터넷 분야 3편을 시작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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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韓 인터넷, 모바일 타고 세계 1등 감 잡았다
2) 라인 특명 세계 1위 관문, 5억명 돌파하라
3) 한국판 실리콘밸리 신화 기로에 선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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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지배하려면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네이버 라인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가운데 사상 최초로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다.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 라인이 넘어야 할 만리장성이 가입자 5억명이다. 세계 최대 경쟁업체인 중국 위챗의 가입자는 6억명이고 미국의 왓츠앱은 4억명인데 5억명 달성 여부는 라인이 위챗을 잡고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지를 결정할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라인은 이미 작년 11월에 3억명을 돌파했다. 또 가입자 증가 추세가 가팔라 목표가 무리한 것도 아니다. 네이버 측은 달성 시점을 올해말로 잡고 있다. 격전의 해가 밝은 것이다.
라인의 5억명 돌파는, 국내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업에게는 오랜 숙원을 푸는 일이기도 하다. 2000년대초부터 벤처 열기를 기반으로 국내 수많은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좌절했던 경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해외 진출 모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실리콘밸리를 무색케할 한국산 인터넷 서비스의 신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인주식회사는 지난 2011년 6월, 네이버가 100% 투자해 일본에 설립한 모바일 전문 기업이다. 효자 상품은 동명의 모바일 메신저 앱 '라인'이다. 1년 먼저 출시돼 국내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톡과 달리 아예 일본을 근거지로 삼았다. 1억2천만명 일본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5천만명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라인의 성공 비결을 네이버는 '현지화'와 '절박감'이라 설명한다. 도쿄에 위치한 라인 본사의 직원들은 일부 개발자들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일본인들이다. 현지 정서에 맞는 스티커를 개발하고 피처폰용 라인을 만들었으며, 각종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을 이끌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사람이 혼을 담으면, 절박함이 담기면 사업은 성공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일본계 회사 임원은 일본 현지 기업들이 '콤므(comm)'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했지만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라인이 일본 국민 메신저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라인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라 일본 모바일 플랫폼 강자들도 이를 뒤집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라인은 총 23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스페인 등 6개국에서 각각 1천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유럽, 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세를 불려가는 형국이다. 경쟁자 중 누구도 평정하지 못한 시장에서 라인이 먼저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 목표다.
■단숨에 3억명 돌파…라인 아직 배고프다
라인의 성장속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비교해도 가파르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각각 54개월, 49개월이다. 라인은 이 기간을 19개월로 단축시켰다. 이후 2억명, 3억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각각 7개월, 3개월로 대폭 줄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하루 70만~80만명의 이용자들이 라인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이 회사가 목표한 연내 5억명 가입자 유치도 가능하다. 전망은 밝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가입자 증가는 견조할 것이라며 일본 시장만 놓고 봐도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기대는 나쁘지 않다라고 봤다.
물론 라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는 아니다. 미국·유럽을 근거지로 한 왓츠앱은 4억명,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6억명이 쓴다. 라인 보다 규모가 크다. 다만 두 앱 모두 한계가 있다. 왓츠앱은 단순함과 실용성을 중요시 하는 미국 환경에 최적화했다. 주로 미국, 유럽 시장에서 널리 쓰인다. 위챗 역시 아직까지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국가에 갇혀 있다.
라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신흥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 가입자를 빨리 확보해야 하는 것은 현재 라인이 가진 절체절명의 숙제로 보인다. 승자독식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 한은영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소수 사업자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들보다 먼저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성공을 기뻐할 새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네이버 역시 가장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진 텐센트 위챗을 견제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연말 공식 석상에서 다음 목표를 위챗으로 꼽았다. 라인과 위챗은 현재 똑같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선점해야 이후 더 큰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승자만 살아 남는다…피 튀기는 마케팅전
# 대학 강의 시간 중. 수업이 한창이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꽂혀 있다. 통로를 기준으로 양측으로 나눠 앉은 학생들은 모바일 메신저 앱에서 열심히 이모티콘을 골라낸다. 한 학생이 주먹 모양의 이모티콘을 전송하자 반대편에 앉은 학생들이 모두 머리를 맞은 듯 뒤로 넘어간다. 복수하듯, 이번엔 반대쪽 학생이 총을 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입력한다. 상대편 학생들 역시 실제로 총을 맞은 것처럼 아파한다.
라인이 지난해 인도에서 선보인 TV 광고 내용이다.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대학생들을 겨냥했다. 모바일 메신저가 단순히 문자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최적의 도구, 소통을 위한 하나의 콘텐츠가 바로 라인이라는 메시지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은 현재 진출한 230여개국에서 모두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동남아, 인도, 남미 지역에서는 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네이버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를 2천5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중 적어도 1천억원 이상은 라인 홍보에 쓰였다. 올해 마케팅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영업이익을 따지기보다 마케팅에 집중해 가입자를 늘려야 할 때라며 네이버가 올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라인 홍보에 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케팅과 함께 튼튼한 매출 구조를 갖추는 것도 라인의 숙제다. 아직까지 라인 매출의 60%는 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게임, 스티커, 광고 계정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위챗같은 경쟁자와 차별화 하기 위해서라도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연말 일본에서 문을 연 쇼핑 플랫폼 '라인몰'과 일본, 대만, 태국에서 시작한 '웹스토어'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출시를 앞둔 서비스에는 '라인 뮤직'도 있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현재 라인에 결합할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보유한 여러 콘텐츠가 라인에 날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서 성공한 웹툰도 라인과 결합할 수 있는 유력 콘텐츠다. 해외 사용자들에게 어느정도 익숙한 사전이나, 뉴스 서비스 등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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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니지만, 동남아 남미 유럽 등지에서 성과를 내고나면 최종적으로 미국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라인의 미국, 유럽 진출을 위해 해당 지역을 총괄할 지사 '라인 유로 아메리카스'를 설립하고, 패러마운트픽처스 수석부사장 출신 지나 한 씨를 법인장으로 영입했다. 라인이 설립한 첫 지사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오랜 염원을 네이버가 라인으로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