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 계획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0일로 제안했던 적십자 실무접촉 역시 무산됐다. 다만 북한은 설 대신 오는 3~4월 경 이산가족 상봉을 재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놨다.
9일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마음편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조평통 서기국은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할 필요 있다"며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 서기국은 "남측이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했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린 것을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를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도 문제 삼았다. 서기국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를 걸고들고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했는가 하면 우리가 제기한 원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내들며 동문서답했다"며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기국은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며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지난해 우리에의해 제기돼 실행단계까지 갔다가 남측 당국의 불손한 태도와 적대행위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는데 이를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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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평통 서기국 발표 이후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측의 제의에 성의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며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