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대항마 '일간워스트', 접속폭주에 이사 간다

일반입력 :2013/12/30 17:06    수정: 2013/12/30 17:07

온라인이슈팀 기자

'일간베스트저장소' 안티사이트를 자처한 '일간워스트저장소'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운영자가 사이트 이전 계획을 알렸다.

30일 오후 5시께 일간워스트 사이트는 기존 디자인 대신 페이스북 계정으로 연동되는 댓글 기능만 열린 상태다.

운영자는 사이트에 많은 분들의 염원을 모아, 새 사이트로 이사갑니다. 현재 게시판 데이터 이전 중이며, 재개장은 몇일 걸리니 당분간 여기서 놀기로 해요라고 썼다.

일간워스트 사이트는 곳곳에서 일베를 패러디했다. 지난 28일 열린 일간워스트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일베와 다른 청정구역입니다라며 일단 덧글에선 상호간 존댓말 권장이라고 써 있다. 일베는 서로 반말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는 커뮤니티다.

일간워스트에선 게시물에 대한 '비추천'을 뜻하는 단추 이름을 '민영화'로 쓰고 있어 일베의 '민주화'와 대응된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투로 쓰인 어미 '~노(盧)' 대신 동학농민운동의 뜻을 기린다는 말투 '~농(農)'을 쓰고 있다. 일간워스트 운영자 닉네임도 일베 운영자 '새부'를 살짝 고친 '세부'다.

또 출신커뮤니티 서로 묻지 말아요, 과거는 묻지 말기로 해요라면서도 물론 일베출신은 반성할 때까지 혼내주기로 해요라고 표기해 일베 반대 성향임을 드러내고 있다.

사이트 개설 소식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개장 15분만에 1일 트래픽 초과에 따른 사용 제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트를 가리키는 '일간워스트'는 30일 오후 4시부터 현재까지 1시간 이상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다.

사이트는 소개문구에서 일베와 다른 청정구역을 자처했지만, 일시적으로 일베 커뮤니티 이용자들로 추정되는 방문자들이 반복적으로 의미 없는 글을 올리는 놀이를 즐기는 상황을 빚기도 했다. 사이트에 접속 부담이 커 결국 자리를 옮기기로 한 듯하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일간워스트 사이트는 접속이 몰려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4시 이후 사이트 접속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이버경찰청의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 차단 안내 페이지(warning.or.kr)'로 연결되고 있었으나 다시 정상화됐다.

일간워스트 사이트 접속시 해당 페이지가 나온 이유는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로 분류돼 차단당한 게 아니라, 사이트 개설자가 분산서비스거부(DDoS)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 트래픽을 정부 사이트로 우회(Redirect)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간워스트 개설자는 언론사의 낚시, 선정성 기사 제목을 집계하는 사이트 '충격 고로케' 운영자인 프로그래머 이준행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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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간워스트를 만들고 비추 버튼 이름을 민영화로 지어 넣어야 한다는 한 누리꾼의 제안이 나왔고, 이에 이 씨가 일베처럼 들어올 사람 10명이 있다면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해 실제 10명의 방문 의사를 받은 후 사이트를 만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일간워스트 개설 소식에 참신하다, 제대로 된 진보성향 사이트가 나온다면 라이벌 의식이 생겨 순기능이 일어날 듯, 변희재가 수컷닷컴을 만들었던데 대항마로 씨암닭컴도 생기면 재밌겠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