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라 불렸던 테이블 컴퓨터, 어디 갔나

일반입력 :2013/12/26 16:28    수정: 2013/12/26 23:01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제작한 태블릿 서피스를 내놓기전 MS에는 서피스로 불리우던 다른 기기가 있었다. 서비스 태블릿이 나온 후 원래 서피스로 불리우던 제품은 '픽셀센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픽셀센스는 큼지막한 테이블형 컴퓨터다. 그런데 이 제품의 행방이 묘연하다. 2년전 출시된 제품은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 후속판에 대한 상용화 움직임도 없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픽셀센스 컴퓨터의 하드웨어 생산을 위한 단독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관련 제품을 단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MS가 2011년 5월 25일 첫선을 보이고, 그해 11월 예약 판매를 시작한 'SUR40' 모델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SUR40은 40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윈도7 기반 테이블형 컴퓨터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MS가 소프트웨어 부문을 맡았다. SUR40은 앞서 MS가 자체 제작한 테이블컴퓨터 서피스1.0의 후속작이란 뜻에서 서피스2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MS가 윈도8과 함께 자체 제작한 10인치 태블릿 컴퓨터를 내놓으면서 서피스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그와 동시에 MS의 우선 순위도 터치스크린 테이블이 아닌 서피스 태블릿에 맞춰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픽셀센스는 이후 MS가 SUR40 기기와 그 기반 플랫폼에 서피스 대신 붙인 이름이다. 엄밀히 말해 SUR40의 LCD패널 화소에 적용된 고유 센서 기술을 가리킨다. LCD화소가 카메라 없이 패널에 접촉한 손가락 지문이나 사물을 인식, 입력신호로 처리할 수 있는 신개념 인터페이스다.

처음 등장한 시점엔 업계 관심이 컸다.

당시 MS는 SUR40에 적용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4가지 특성으로 ▲화면상의 디지털 물체를 맨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직접상호작용' ▲여러 접촉점을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터치인식' ▲여러 사람이 기기 주변에 둘러서 화면의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다룰 수 있는 '다중사용자환경' ▲물체를 화면에 올려놨을 때 이를 디지털콘텐츠 연동 신호로 받아들이는 '사물인식' 등을 강조했다.

여기서 멀티터치 특징들은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화면에 닿은 물체 이미지를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사물인식 기능이나 최대 52개 접점을 지원하는 터치입력은 여전히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물인식 기능이 픽셀센스 기술로 구현된 것인 만큼, MS는 이 기술을 통해 SUR40 기기의 활용 사례가 널리 확산되길 바랐다.

삼성전자와 MS가 이를 상용화한 배경 역시 시장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한국MS는 국내 SUR40 출시를 알릴 당시 병원, 은행, 대기업 등 환경에서 내부 용도와 대고객 시스템으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글로벌 출시 후 PC, TV, 스마트폰이라는 3개 화면을 넘어 7~12인치 태블릿 시장과 자동차, SUR40을 포함한 디지털월(디지털사이니지) 등 N스크린이 대세를 이룰 것이란 이유에서였다.이듬해 IT동향 전망을 제시한 한국MS는 업계 주요 변화로 '소비자 클라우드에 연결된 N스크린 서비스'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 기업들이 회의실 커뮤니케이션, 여러 정보 소스에 기반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구현 등에 픽셀센스 기기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실물 제품 정보를 표시하고 주문과 결제를 연동하는 매장관리 및 판매 서비스 기기로 쓰는 등 사업장 생산성과 매출 증대용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결국 처음 SUR40이 등장한지 2년을 넘긴 현재, 이렇다 할 대규모 활용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과 판매를 직접 맡아 온 삼성전자는 SUR40 모델 사업을 조용히 정리 중이다. 제조를 맡은 삼성전자는 자사 SUR40 모델의 수익성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 삼성전자 공인 B2B파트너 업체 관계자는 현재 공급되고 있는 SUR40 기기는 앞서 생산된 재고 물량이고, 삼성전자가 추가생산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연내 단종될 것 같다며 병원 등에서 일부 수요가 있었지만 높은 가격 탓에 대량 공급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윈도7 라이선스를 포함해 SUR40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MS와 2년간의 제휴를 통해 확보한 뒤 독점적으로 하드웨어를 생산해 왔다. 그런데 SUR40 매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데다 해당 모델에 대한 기술지원 및 유지관리 서비스 인력을 둬야 하니 '손해 보는 장사'였던 셈이다.

2년전부터 SUR40 모델을 실제 상업용 서비스 플랫폼으로 공급하기 위해 관련 솔루션 개발과 그 보급 사업을 준비해 온 MS파트너 업체도 투자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업체는 실제로 시장을 발굴해 올상반기 삼성전자 측에 픽셀센스를 대량 주문했지만, 이미 단종 수순에 들어간 기기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제품 공급을 위해 당시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삼성전자가 SUR40 모델을 단종하는 절차를 밟고 있고, 현재 재고는 세계 각지 물량을 다 합쳐 60여대밖에 남지 않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서 SUR40 모델에 대한 시장 현황으로 모터쇼나 전시회같은 곳에서 상설 운영이나 판매가 아니라 15일 또는 1개월 가동 후 철수, 이런식으로 하다보니 큰 매출이 안 됐다며 이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공급에 따른 비용이 아니라 제공 기간에 대한 서비스 대가를 받는 것이라 돈이 안 되는 SI같은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는 더이상 SUR40 기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며 단종된 시점은 대략 올해 상반기 쯤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서 SUR40 실물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한국MS는 최근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인근 더케이트윈타워 건물에 새로 사무실을 정비하면서 자사 기술을 탑재한 주요 기술과 제품 시연 공간 조성을 공들여 꾸몄지만, 실내에서 픽셀센스 기술을 홍보하는 부스도 SUR40 기기나 후속 제품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MS측에 SUR40 제품 사업과 픽셀센스 테이블컴퓨터의 후속 모델 개발 여부에 대해 문의하려 했지만, 취재 결과 국내에는 그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몇 개월째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MS측은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MS 본사가 픽셀센스 시리즈와 기술을 버렸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MS 본사가 삼성전자 이외의 제조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MS 픽셀센스 공식 사이트는 그대로 있다. 여기서 소개 중인 제조 파트너는 여전히 삼성전자다. 그러나 MS 사이트에 연결된 삼성전자의 픽셀센스 제품 안내 페이지 링크를 누르면 '존재하지 않는 사이트'로 나온다.

2007년 '서피스1.0'이란 이름으로 처음 나온 1세대 테이블 컴퓨터도 2008년 정식 상용화했지만 사업성이 높진 않았다. 서피스1.0은 윈도비스타, 삼성전자의 SUR40은 윈도7 기반이다.

관련기사

MS 픽셀센스를 활용한 3세대 테이블 컴퓨터는 최신 운영체제(OS) 윈도8 이후 플랫폼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그 파트너는 삼성전자만큼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컴퓨팅 기기를 연계할 기술력을 갖추고 손해가 날 수도 있는 새 MS 플랫폼 기기를 양산, 판매할 만큼 우호적이어야 한다.

최근 한 미국 업체가 기존 SUR40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와 호환되는 윈도8.1 기반 테이블컴퓨터 제품을 임대 및 판매용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긴 MS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회사이거나 픽셀센스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은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