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의 ‘레고 판타지’…IT 만나 현실로

폰 케이스와 3D 프린터에서 자동차와 로봇까지

일반입력 :2013/12/20 14:53    수정: 2013/12/20 17:26

이재운 기자

레고로 자동차까지 만들었다. 레고 로봇이 등장하더니, 스마트폰 케이스에도 레고가 붙었다. 키덜트족이 어린 시절 품었던 레고에 대한 판타지가 IT를 만나 현실이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명 완구업체 레고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 자사 제품을 연동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레고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IT 연동 제품도 레고의 연구 대상이다.

근래 화제인 레고+기술 작품들을 보면 그 수준과 완성도가 상당하다.

아래 사진은 호주 멜버른의 라울 오아이다라는 20세 청년이 제작한 레고 자동차. 지난해 4월 트위터를 통해 수 만달러를 모금한 뒤 제작에 돌입, 20개월 만에 완성했다.50만개의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 차량은 타이어와 운전대, 계기판을 제외하고는 거의 레고로 구성됐다. 공기를 동력으로 삼는 궤도 엔진(Orbital Engine) 4개를 탑재해 시속 12~17km 속도까지 낼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한 공대생이 레고로 3D프린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물론 정확한 의미의 3D프린터라고 보긴 어렵지만, 특수 접착제인 글루(Glue)를 이용해 창문용 스티커 정도의 제품을 제작하는데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매튜 크루거라는 이 학생은 대부분의 부품을 레고로 만들었고, 오래된 가전 제품을 분해해 레고로 만들 수 없는 필수 부품을 조달했다.

레고도 다양한 응용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소니, TI 등 여러 IT 업체들과 협업해 로봇을 만들고 있는 것. 올해 초 레고가 출시한 교육용 장난감 로봇인 마인드스톰 EV3는 스마트폰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TI의 시타라 AM1808 ARM9 프로세서와 블루투스 솔루션이 포함된 브릭 컴퓨터가 적용됐다.지난 6월에는 소니와 협업해 듀얼쇼크3 콘트롤러를 활용한 장난감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소니컴퓨터사이언스 연구소와 레고가 레고 블록에 컴퓨터 장비를 탑재, 게임 콘트롤러로 레고 장난감을 제어할 수 있는 시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

스마트폰 케이스에도 레고가 접목됐다. 이번 달 초 벨킨은 아이폰•아이패드용 ‘벨킨 레고 빌더 케이스’를 출시했다. 레고의 공식 라이선스가 적용된 첫 스마트폰 케이스인 이 제품은 레고의 공식 기본판 형태로 제공돼 직접 다른 레고 블록을 조립할 수 있다. 자신만의 개성 표현은 물론 거치대로 만들 수도 있다.

완구 업계 관계자는 “레고 로봇(마인드스톰 시리즈)의 경우 어린이 교육용도로 출시됐지만 막상 아빠들이 더 신나게 즐긴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즉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키덜트(Kid+Adult)족들이 IT/과학 기술 분야에 진출, 리더 자리에 올라서면서 자연스레 레고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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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지난 6월 레고 전문 거래 사이트를 인수한 게 대표 사례다. 키덜트족의 현실적 영향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레고 이외에도 IT 기술을 접목을 통해 신규 시장을 만들려는 어린이 용품 회사들도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건담이나 바비인형 같은 다른 완구 제품들도 제조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인다면 새로운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