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마트TV 차단 사태는 없다.”
통합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법이 추진된다.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IPTV법 등에 혼재된 이용자 보호 조항을 한 데 모은 법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발맞춰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것이 목표다.
눈에 띄는 것은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외에도 제조사, 포털, 이동통신 대리점 등 유통망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제조사가 기기에 이용자가 원치 않는 서비스 플랫폼을 탑재해 판매하거나 포털의 경우 자사 결제플랫폼 미이용 콘텐츠 등록 거부, 검색 결과에 광고 표시 미고지 등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막겠다는 얘기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새누리당) 주재로 열린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통합 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에 앞서 권은희 의원은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매체, 서비스에 따라 이용자 보호가 어떤 경우는 과하게, 또 어떤 경우는 미약하게 이뤄지는 것이 많았다”며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게 이용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이용자보호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 ▲이용자보호업무평가 실시 ▲이용자 교육 및 정보제공 ▲자율적 이용자보호 노력 ▲방송통신이용자보호원 설립 ▲방송통신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다수 이용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직권조정, 집단분쟁조정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제재도 기존 법보다 강화됐다. 위반행위가 3년 내 3회 반복 또는 시정조치만으로 피해방지가 현저히 곤란하면 1년 이내 영업정지 가능하다. 과징금은 위반행위자에 대해 매출액의 3% 이하(매출액 산정 곤란시 10억원 이하), 대리사업자(유통망 등)이 문제된 경우 5천만원 이하가 부과된다.
■융합시대, 이용자보호법도 진화…제조사는 일부 적용
법 적용범위는 방송통신 서비스와 사업자의 개념을 확대, 방송통신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자를 포섭 가능토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방송통신기기 제공사업자(제조사), 인터넷 포털사업자 등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현행 법에서는 제조사, 포털 등 전통적인 방송통신사업자 이외의 사업자와 방송인지 통신인지 불명확한 신규서비스에 대한 규제근거가 없거나 미흡하다”며 “생태계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사업자가 관여하게 되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접시없는 위성방송(DCS), 올레TV 스카이라이프(OTS), 통신망 기반 방송콘텐츠 서비스(OTT) 등을 들었다. 또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금융 피해예방 구제는 금융위원회, 스팸방지는 방통위 등에 산재해 일관된 대응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일어났던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네트워크 접속제한 사태도 있다. 개별법에 따라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통신사, 혹은 방송사로만 제한돼 있어 다수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조정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케이블TV 간 재송신 분쟁,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촉발된 카카오톡과 통신사 간 분쟁 역시 마찬가지다.
전영만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통합 이용자 보호법은 그동안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IPTV법으로 삼등분 돼있는 칸막이식 규제를 제대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은 진작 나왔어야 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된 규제 대상은 서비스 사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조사에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금지행위 중 극히 일부가 포함될 경우에 한정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용자 보호와 산업 진흥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신산업 창출을 보호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이용자 보호도 할수 있도록 제조사는 일부만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통신·방송·포털 “취지 공감하나 규제 강화 우려”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포털 등은 중복 규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통합 이용자 보호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승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그동안 민원, 피해 처리가 여러 기관에 나눠져 있어 통신업계도 대응하는데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은 만큼 통합법 제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중복규제, 과도한 규제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 이용자보호법이 부처간 줄다리기로 인해 이용자 보호 조항 일부가 남게 되면 결국 또 다른 규제기관만 늘어날 뿐이란 우려다.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당부도 내놨다.
김정수 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 역시 “친 이용자 중심 정책에 발 맞추지 못하면 성공은 요원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 출입조사권한을 둔다는 부분 등을 일괄 적용시키는 것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재용 한국방송협회 본부장도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이 직업수행의 자유 등까지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인터넷TV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초기 시장이 규제 중심으로 가게 되면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털사업자 측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통합 이용자법이 실효성 있는 규제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개선해야 될 점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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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해당 법안에는 허가사업자, 신고사업자, 등록사업자가 혼재돼 있는데 규제대상의 광범위한 확대로 ‘방송통신사업자’라는 개념으로 포괄해 일괄 적용하면 일부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 강도가 대폭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적으로 법적용에 있어서 규제기관 간 규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 규제가 타당한 영역이라 한가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법 조항을 검토해서 법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