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측 방통위 상임위원, 수신료 인상 쓴소리

일반입력 :2013/12/17 18:24

방송통신위원회 야당측 상임위원이 KBS 수신료 인상안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자리를 걸고서라도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기자실에 들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KBS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17일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현행 2천500원에서 60%나 오른 매달 4천원을 받겠다는 인상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면서 “이런 중대한 사안을 이사진 11명 가운데 야권 시민사회 추천이사 4명을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결정했는데, 다시 11명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1일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다. 다음날인 12일 길환영 KBS 사장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논했다. 같은 날 KBS는 방통위에 수신료 인상안 의결건을 보고했다.

수신료 인상 절차는 KBS 이사회와 방통위, 국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방송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이사회의 안건에 행정적이나 법적인 요소 의견을 더해 국회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KBS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지만, 절차적이나 내용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 의견 무시한 처사

우선 공공요금과 같은 수신료를 단번에 60%나 올리는 점을 꼬집었다. 국민 입장에선 전기요금과 합산해 걷는 세금인데, 서민 가계는 고려하지 않은 인상안이란 것이다.

특히 이런 세금 성격의 수신료를 올리면서 야권과 시민사회, 서미대중을 대변하는 소수이사 의견을 짓밟았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KBS 이사회는 그간 여권 추천 이사와 야권 추천 이사는 수신료 인상에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 등이 전제되야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할 수 있다먀 팽팽히 맞서왔다. 이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여권 추천 이사들이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인상안을 기습 의결했다.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위원은 “적법절차 없는 행정이 있을 수 없듯이 일부 이사만의 일방적 의결로 국민 주머니를 기습적으로 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야권 이사들이 주장한 공정방송 제도적 틀도 강조했다.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공영성 강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으면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엉뚱한 안건

무엇보다 두 상임위원이 강하게 비판한 부분은 TV 수신료 대상 기기 확대와 ‘3년 주기 인상’이다.

이전까지 수신료 인상 논의에 전혀 없던 부분이다. 이런 중대한 안건을 어떤 의견도 듣지 않고 KBS 독자적으로 나왔다는 점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처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우선 KBS는 방통위에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수신료를 걷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방송법 개정을 통해 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아울러 수신료를 앞으로 3년마다 자동으로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을 방통위 제출서류에 담았다. 멋대로 행정 편의를 취하겠다는 상업 논리에 빠진 공영방송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두 안건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의견이란 점이다. KBS가 독자적으로 이사회 의견을 묻지 않고 무리한 내용을 실었다는 설명이다.

두 상임위원은 “입법적 근거 없이는 불가능한 망상을 꿈꾸고 있다”면서 “일방적 이사회조차 거치지 않은 내용을 행정부에 제출하는 몰상식을 저지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원위기 KBS, 자구책 없이 수신료 인상만?

KBS가 또 비판을 받는 부분은 재원위기에 대한 자구책이 없이 수신료 인상만 통과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두 상임위원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때마다 또 이번 이사회의 논의 과정에서도 되풀이 지적되어 온 광고수입 기반의 KBS2와 수신료 징수의 KBS1이 회계분리를 거쳐야 하는데 단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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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나 회계분리 이야기는 빠진채 수신료만 올려달라고 보채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두 위원은 “적어도 소수이사들의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대안이라도 첨부시켜 제출하라”며 “방통위가 이러한 흠결을 덮어둔 채 국회로 보내는 것만을 서두르는 것은 방송전담 행정부로서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이며, 기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