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기존 2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수신료 인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신료보다 광고 수입이 더 많아 시청률 경쟁에 몰리면서 공영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국회 야당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가 주목된다.
11일 KBS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을 통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광고 비중을 줄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재 월 2천500원 수준의 수신료를 1천500원 인상한 4천원 안을 의결했다.
■KBS 수신료 현실화 “절실하다”
1천500원 인상 조정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KBS는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 가운데 37%에서 53%로 올라가고, 광고 비중은 40%에서 20%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유아,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이나 재난재해방송 강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공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다채널서비스(MMS)도 무료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방송업계 전체가 우려한 광고 독식은 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중간광고에 대해선 명확한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수신료 인상이 절대 우선이란 뜻을 강조했다.
KBS가 이처럼 수신료 인상을 갈망하는 이유는 재원 문제로 귀결된다. 길환영 KBS 사장은 이날 “33년째 수신료가 묶인데다 광고수익까지 줄어 창사 이래 최악의 재정난에 처했다”며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의 건강한 존립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 설득부터 먼저 했어야”
공영방송 본래 취지를 위해서 수신료 일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관련 업계나 학계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일본이나 독일, 영국 등과 비교해 한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적게는 약 7배, 많게는 10배까지 차이난다. 30년이 넘게 동결된 부분도 인상안 설득력을 갖는 부분이다.
한국방송협회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익적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재정기반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며 “국민간 정보 격차 심화와 저소득층 문화 복지가 급락하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측에선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이 뒷받침되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이 부분만 선결되면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 제도화를 위해 8개 국장 직선제는 6개 국장 임명 동의제로 양보하고 결국 5개 국장 사후 평가제로 물러섰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이마저도 거부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여당 추천 이사의 단독 인상안 의결을 비판하는 것이다.
국회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공정방송의 회복,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 이행,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 어느 국민이 수신료 인상을 허락해주겠냐”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수신료 인상안, 국회라는 큰 산 넘어야
결국 국회 논의 중에 인상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합의가 조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야당의 반대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보도 공정성을 되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회 의결과 방송통신위원회까지는 무난히 통과할테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국회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첨부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도 정부 차원에서는 추진하겠지만, 결정은 국회가 내릴 것이란 입장을 밝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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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쟁점에 휩쓸릴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 방송공정성특위도 반쪽자리 보고서를 내면서 끝날 정도로 미디어 매체 관련해선 여야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며 “2010년 인상안 의결 당시에도 정치 쟁점에 밀리지 않았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0년, 최근 들어 가장 마지막 수신료 인상안이 의결돼 국회에 넘어갔을 당시 1천원 인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 결국 인상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