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에서 수신료 인상안과 보도 공정성 문제를 두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여야로 갈려 팽팽하게 맞섰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복적으로 내놓는 반면,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에 앞서 국영방송다운 공정 보도와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았다.
길환영 KBS 사장은 본격적인 감사에 앞서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KBS는 BBC와 NHK와 비교해 수신료 비중이 낮고 광고 비중이 높다”면서 “현실적인 수신료 인상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왔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날로 악화되는 경영 현실을 막아야 한다는 말에 힘을 보탰고, 민주당은 수신료 인상에 공정보도 논의를 이어갔다.
■“수신료 인상 절실, 1TV 광고 재개도 고려해야”
KBS의 현재 수신료는 2천500원. 1981년 이후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행 수신료가 정해진 시점이 오래 전이라 현실적인 액수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으나 올해 들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방송광고 시장 침체에 따라 경영 악화가 심화되자 수신료 인상안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공영방송이 수신료와 함께 광고수익을 누린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KBS 적자폭이 지난 2011년부터 650억원, 38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600억원으로 예상된다”면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는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우현 의원은 “KBS 이사회 내에 수신료 인상 찬성 여론이 다수”라면서 “어느 한 쪽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못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수신료 인상에 같은 뜻을 밝혔다.
또 남경필 의원은 “야당 이사를 설득하라”며 “2천500원 인상안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1천원만 올리고 광고를 그대로 두는 방식도 있다”며 일부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같은 당 다른 의원보다 파격적인 안을 내놓기도 했다. 조 의원은 “수신료를 그대로 두면서 경영악화를 방치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수신료를 올리든지 KBS 1TV 광고를 재개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환영 KBS 사장은 KBS 1TV 광고 재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고를 하게 되면 공정성 훼손이 문제가 된다”면서 수신료 인상안만을 강조했다.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공영방송 재원과 관련해선 공영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이 안된다고 해서 1TV 광고 재개는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남경필 의원 역시 이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영성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여당과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뜻을 한데 모으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공정 보도를 문제 삼았다.
미방위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KBS 보도가 정치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같은당 최재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8개월 중 1개월은 박 대통령이 KBS ‘9시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며 “전두환 군부정권을 찬양했던 ‘땡전뉴스’와 다를 바 없는 ‘땡박뉴스’를 방불케한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KBS는 업무보고에서 외부 평가 결과가 좋은데 바닥민심은 좋지 않다”면서 “민영방송 뉴스보다 못하는데 무슨 수신료 인상이냐가 국민들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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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다른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정치적 쟁점이 KBS 감사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연이은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길환영사장은 “정권의 외압은 없다”며 보도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