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삼성맨’ 파워…재계 영입 1순위

KT, 태광, 농심, 메리츠화재, CJ, 동부...

일반입력 :2013/12/17 13:41    수정: 2013/12/17 18:25

김태정 기자

KT, 태광, 농심, 메리츠화재, CJ, 동부...

올 들어 ‘삼성맨’을 최고경영자(CEO)나 본부장급 이상으로 영입한 기업들이다. 삼성에서 재계 전반으로 뻗어나갔다.

재계의 삼성 출신 중용은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더 눈에 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KT 회장 내정은 그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삼성 출신 경영자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KT CEO 추천위원회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CEO 후보로 내정했다.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KT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놓은 그는 조직 혁신 전문가로도 이름을 알려왔다. 민영화 10년이 지났음에도 경직도가 상당하다는 KT에 삼성 DNA를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은 15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삼성물산 출신 조경구 상무를 섬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지난 2월에는 태광산업 사장으로 최중재 전 삼성물산 화학사업부장을 영입했다.

지난 5일 메리츠화재 사장에 오른 남재호 사장도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에 1983년 입사, 삼성화재 부사장까지 지낸 인사다.

남 사장의 전임 송진규 전 사장 역시 삼성화재 출신이고, 원명수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메리츠화재는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을 특히 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CJ그룹이 삼성물산 출신인 이채욱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CJ 대표로, 올초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근무한 오세용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식품 업계에서도 삼성맨은 인기다. 농심은 지난달 김경조 전 삼성코닝 전무에 부사장, 동원F&B는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총괄을 담당했던 박성칠 전 사장에 대표 직을 맡겼다.

물론, 삼성맨을 영입한다고 회사 구조가 갑자기 삼성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삼성 DNA를 받아들인다고 회사가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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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계의 ‘삼성 인맥’ 확보 경쟁에 나섰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맨 영입을 통해 삼성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헤드헌팅업체 관계자는 “삼성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사회 각계의 ‘삼성 인맥’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삼성에서 유명인이 퇴사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스카운 전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