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號 KT, 삼성은 불안-기대 심경 복잡

회사 둘러싼 확대 해석 경계…시너지 기대 미미

일반입력 :2013/12/17 10:20    수정: 2013/12/17 14:24

김태정 기자

“밖에서 남들은 어떻게 봅니까?”

삼성전자 사장 출신 KT 최고경영자(CEO) 탄생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반대로 돌아온 질문이다. 질문 상대는 삼성전자 현 고위 임원이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전 기술총괄사장 황창규 씨가 차기 KT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16일 내정되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회사 측은 이번 KT CEO 선임에 대해 “산업발전에 기여를 기대한다” 정도로 말을 아꼈고 일부 관계자들은 “회사와 관련해 갖가지 확대 해석이 없었으면 한다”는 뜻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근래 국내 산업계서 ‘튀어나온 못’이 되지 않으려고 몸을 낮춰왔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의 승승장구가 새로운 규제나 지탄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 정부가 입법 추진 중인 ‘단말기 유통법’이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가운데 대내외 여론이 전보다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때문에 황 전 사장의 KT CEO 후보 내정이 혹여 ‘삼성의 통신시장 영향력 확대’로 보여질까봐 부담된다는 표정들이 눈에 띈다. 게다가 KT는 인사와 관련해 각종 설이 쏟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산업 측면에서 KT와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는 것도 아니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를 2009년에 떠난 데다 재직 당시에도 휴대폰이 아니라 반도체 부문 수장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기대할 부분은 미미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거론이 되긴 했지만 정말로 삼성전자 출신이 KT CEO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긍정적인 일들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KT 이석채 회장 시절 장외 설전까지 벌였던 삼성전자-KT의 미묘한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그래도 삼성전자가 황 내정자에게 친정인데 찬바람은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말 KT의 아이폰 도입 후 삼성전자는 SK텔레콤에 대한 마케팅 지원을 늘렸고, 양사 관계가 냉랭해졌다 풀리길 반복해왔다. 삼성전자는 KT가 애플에는 제조사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삼성전자는 국내 휴대폰 유통 부분에서 이동통신 점유율 1위 SK텔레콤과의 협력을 우선시해왔는데 황 내정자와 삼성전자 수뇌부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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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내정자는 내정 소감으로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KT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