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황창규 KT호에 바란다

제2의 황의법칙…KT 저력 끌어 내라

기자수첩입력 :2013/12/17 09:44    수정: 2013/12/17 11:04

김효정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올해 하반기 ICT 시장 최대 이슈이자 정치적·사회적 관심사였던 KT 최고경영자(CEO)가 내정됐다. 그 유명한 '황의 법칙'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를 이끌게 됐다.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메모리 집적도(용량)는 일년에 두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시절 국제학술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을 대체해 버렸다. 그리고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8년 동안 황의 법칙은 입증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의 반도체 역사를 창출해 낸 주인공이 황 내정자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경영적 성과도 인정 받았다.

IT전문가이자 뛰어난 경영자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KT가 황 내정자를 CEO 최종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그에 대한 높은 신뢰도였을 것이다. 내홍과 통신시장 경쟁력 저하로 흔들리는 KT를 잡아 줄 경영 능력을 믿은 것이다. KT의 경영을 본 궤도에 올리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이라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황 내정자가 통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KT의 선택은 타당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을 우려하지만, KT가 그토록 염원하던 '진짜' 민영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적절한 인사다. 앞으로 KT는 '관리의 삼성'이라고 할 정도로 잘 짜여진 경영적 혁신을 새 CEO와 함께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통신 분야에서 보여준 KT의 저력을 볼 때 통신 경쟁력 확보는 크게 어려울 것으로 보진 않는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4분기 이후 KT의 LTE 경쟁력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KT가 다방면에서 펼치고 있는 신사업이나 유선통신 부문 경쟁력 제고, 해외시장 개척 등 도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영 능력, 글로벌 마인드을 겸비한 황 내정자라면 KT의 인재 풀을 십분 활용해 풀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더이상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KT가 현재 겪고 있는 총체적 난관은 기술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입김 탓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진짜 민영기업 KT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경영공백으로 이완된 조직을 정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벌써 황창규 효과로 인해 KT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고 있다. 삼성 출신 CEO가 기업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털어내기식의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 조직의 안정과 화합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에서 임원진들이 솔선수범을 먼저 보여야 한다. 과거 미국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 회장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징가의 마크 핀커스 CEO는 부도 직전의 회사에 부임해 연봉 1달러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실적 하락으로 구조조종이 필요할 때 경영진의 희생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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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밥 먹으면 배부른'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통신 경쟁력 강화와 내부 결속 다지기 등은 KT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새 CEO는 이러한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머리 속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황 내정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보여준 놀라운 업적을 통신 시장에서 또 한번 보여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황의 법칙이 삼성이라는 조직의 저력이 있었기에 '전설'이 됐듯이, 통신분야에서 제2의 황의 법칙을 탄생시킬 KT의 저력을 이끌어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