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제품 라인업은 대단히 보수적이면서 탄탄하다. 저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으며 이를 좀처럼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여기에 가격 정책까지 더해지면 어느 것 하나 버릴 제품이 없다. 이는 애플이 가진 높은 이익률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전략이 최근 완성된 제품군이 바로 맥북이다. 맥OS가 설치된 노트북 제품인 맥북은 이제 에어와 프로로 잘 정리가 됐다. 에어는 비교적 저렴하고 높은 휴대성, 프로는 뛰어난 성능과 고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대표적 특징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은 맥북 프로는 이제 단 한 종만 남았다. 애플 제품 중 유일하게 광디스크 드라이브를 탑재한 일종의 깍두기 같은 제품이다. 이마저도 머지 않아 단종될 공산이 커 보인다.
맥북 프로는 화면 크기에 따라 13인치와 15인치 모델이 있다. 특히 13인치 모델은 같은 크기인 에어와 비교해 무게가 고작 0.22kg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휴대성 측면에서 보면 두꺼운 책을 가방에 하나 더 넣느냐 빼느냐의 차이다. 가격도 서로 만난다. 에어 제품 중 가장 비싼 13인치 맥북 에어 256GB 모델과 프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13인치 맥북 프로 128GB의 가격이 동일하게 169만원이다.
그렇다고 에어를 보급형, 프로를 고급형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저마다 용도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제품 라인업 정리와 함께 통산 두 번째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4일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맥북 프로만의 매력을 살펴봤다.
■ 작지만 큰 변화 ‘크리스탈 웰’
익히 알려진 대로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저전력이다. 고성능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3인치 모델은 최대 9시간, 15인치 모델은 최대 8시간까지 별도 전원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여간한 윈도OS 기반 노트북 중 휴대성과 배터리 사용시간을 강조한 저전력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러 부분에서 전기 소모를 최소화하고 빈 공간 없이 배터리를 꾹꾹 눌러담았다. 여기에 최신 맥OS 매버릭스 역시 전기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람으로 따지면 잘 안먹는 성격에 조금 먹어도 배가 쉽게 고프지 않은 체질을 가진 사람이 먹을 것이 가득한 배낭을 매고 여행을 떠난 격이다.
성능 면에서도 종전 대비 꽤 향상이 있었다. CPU 성능은 10% 정도 향상된 것에 불과하지만, 그 대신 플래시 스토리지의 규격을 기존 mSATA에서 PCI-E로 바꾸고 낸드 플래시도 좀 더 속도가 빠른 제품을 채택해 체감 성능을 높였다. 물론 여기서 체감 성능이란 고해상도 동영상이나 사진 편집과 같은 무거운 작업을 했을 때를 말한다.
무엇보다 15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에는 익히 알려진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중 코드명 ‘하스웰’을 한층 개선한 ‘크리스탈웰’이 탑재됐다.
크리스탈웰은 하스웰을 기반으로 128MB 용량 ED램이 L4 캐시 격으로 탑재된 것을 지칭한다. 15인치 맥북 프로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스 ‘아이리스 프로’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정리하면 신형 15인치 맥북 프로에는 아이리스 프로와 크리스탈웰이 탑재됐으며, 13인치 맥북 프로에는 그냥 아이리스만 탑재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 이유는 15인치 맥북 프로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내장 그래픽스만 장착된 모델과 다른 하나는 엔비디아 지포스 GT750M이 탑재된 모델이다.
이에 따라 전작과 달리 내장 그래픽스 만으로도 레티나급 고해상도 그래픽 처리가 가능해졌으며 그만큼 전력소모가 줄었다. 더 높은 성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외장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전작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사실 두께가 1mm 가량 줄었는데 애플 측은 변화 폭이 너무 작아 별도로 강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차세대 맥OS 매버릭스의 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최신 맥OS 매버릭스를 기본 탑재하는 첫 번째 맥 제품이다. 물론 매버릭스 자체가 공짜인 만큼 구형 제품도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구형 모델에 매버릭스를 설치할 경우 배터리 사용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늘어나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운영체제 자체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메모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맥북 제품은 설계 구조상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처음 살때 메모리 큰 제품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버릭스는 4GB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6GB가 있는 것처럼 활용한다. 이는 매버릭스에 탑재된 압축 메모리 기술 덕분이다.
이외에도 매버릭스가 이전OS인 마운틴라이언에 비해 향상된 부분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간 많은 요구가 있었던 다중 디스플레이 지원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많은 기능 향상이 이뤄졌다. 국내 사용환경에서는 여전히 윈도OS가 좀 더 편리하지만 자체 완성도만 보면 매버릭스가 한 수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웍스 역시 쓸만하다. MS 오피스의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에 각각 해당하는 페이지스, 키노트, 넘버스 등 아이웍스 역시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보다 충실해졌다. 특히 이러한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들 프로그램은 상당히 다루기 쉬우면서도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키노트가 그렇다.
다만 이를 우리나라에서 업무적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업무 상대방이 MS 오피스를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방의 오피스 파일은 몇가지 폰트 문제를 제외하면 내용을 확인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반대로 상대방에게는 오피스 문서 형식 대신 PDF로 저장해서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오피스 문서로도 저장이 가능하지만 문서 형식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 이름 그대로 ‘프로를 위한 프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에어는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이야기 하면 단점도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가령 에어는 성능이 아쉽고 프로는 휴대성이 아쉽다. 다만 그 단점이라는 것이 다른 노트북과 비교할 경우 오히려 장점으로 바뀔 정도로 한 차원 다른 수준의 완성도를 가졌다.
여전히 대부분 사용자에게 맥OS는 아직까지 생소하고 불편할 것 같아 보이는 운영체제지만 이 역시 개인의 학습의지에 따라 극복 가능하다. 몇 가지 문제만 제외하면 그렇다. 정 불편하다 싶으면 맥북 프로를 사서 부트캠프나 가상화 프로그램으로 윈도OS를 설치해 쓰면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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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것은 가격이다.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좋은 제품이 맞지만 그만한 가격을 요구한다. 보통 대학생들이 노트북을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예산은 보통 100만원 전후라는 점에서 맥북 프로는 구매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리포트 작성이나 인터넷 혹은 영화감상 용도로는 맥북 에어가 좋은 선택이다.
따라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동이 잦은 비즈니스 사용자나 동영상 편집, 사진 관리 및 보정 등을 전문으로는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이다. 이들에게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휴대성과 만족할만한 디자인까지 겸비했다. 특히 여러개의 풀HD 영상을 동시에 편집하거나 혹은 4K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는 15인치 맥북프로가, CPU 파워가 필요한 각종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13인치 맥북프로가 좀 더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