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승진 키워드 ‘여성·발탁·글로벌’

일반입력 :2013/12/05 16:12    수정: 2013/12/05 16:14

송주영 기자

삼성그룹의 올해 인사는 고른 등용 속 여성, 발탁, 글로벌을 키워드로 삼았다. 승진 인사는 삼성전자에 치우치기는 했지만 전자계열사로 보면 실적 좋았던 단말기,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스템LSI, LCD까지 고른 등용이었다.

5일 삼성그룹이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01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총 승진 규모는 475명. 삼성전자 외에 금융, 건설 계열사 등이 부진해 승진 규모는 줄었다. 2012년 510명, 지난해 485명보다 승진자 수가 적었다.

반면 발탁, 여성, 글로벌 임원 승진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올해 발탁 승진 인사는 지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인 85명이다. 여성 승진자 수는 15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다. 글로벌 위상을 반영하듯 외국인 임원도 대거 승진자에 포함됐다.

줄어든 승진 규모 속에 전무, 부사장 등 고위임원 승진은 144명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향후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CEO후보군이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고른 승진 속 발탁인사 전자 집중

2014년 삼성그룹 신임 임원 승진은 예년 규모인 331명으로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을 보강하는 한편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현하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신임 임원 승진 16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삼성그룹 신임 임원 승진 226명 중 71%를 차지했다. 사장단 인사에 이어 삼성전자 강세는 임원 승진 인사로 이어졌다.

발탁승진은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에서만 35명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발탁 인사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 전자계열사만을 놓고 보면 발탁 인사 외에 승진 임원 인사는 부서별로 비교적 골고루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성과가 좋았던 무선 분야뿐만 아니라 실적은 다소 주춤했던 반도체사업의 시스템LSI 분야까지 골고루 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신사업으로 성과도 좋은 OLED에만 치우치지 않고 경기 불황 영향을 받았던 LCD 사업부까지 두루 살피는 ‘탕평 인사’였다.

다만 발탁 인사에서만큼은 삼성전자의 경우 무선사업부 중심의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 대륙 점유율 1위 달성에 기여한 무선 핵심 기여자에 대해 발탁 승진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선 분야에서는 중국영업 이진중 전무는 1년만에 발탁 인사로 부사장 승진했으며 구주용 서기용 상무는 1년만에 전무로, 소프트웨어 개발 신민철 상무도 1년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하드웨어 개발에서는 김학상 상무가 2년만에 발탁 인사로 전무 승진을, 소프트웨어 개발 박현호 상무도 3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유리 천장 얇아졌다…여성 15명 승진

삼성그룹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여성 파워다. 올해 여성 임원 승진은 사상 최대인 15명 규모다. 475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로 미미하지만 지난 2012년 5명 임원 승진과 비교하면 3배가 늘었다.

여성 승진자는 15명 중 9명인 60%가 발탁 승진으로 ‘유리 천장’이 한층 얇아졌다. 1992~1994년 신경영 출범 초기 대졸 공채 출신 등이 임원으로 다수 합류해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열었다.

신임 상무로 승진한 여성 공채 임원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양정원 부장, 최윤희 부장, 송명주 부장, 연경희 부장 등이 모두 공채 출신 임원이다.

여성 전무 승진자는 올해는 1명으로 삼성카드 CIO 이인재 상무가 카드 IT시스템 선진화 주도의 공을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해외 현지법인 인재 등용

삼성그룹의 2014년 임원 인사에서는 인종의 장벽도 무너졌다. 삼성그룹의 외국인 승진 규모는 12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해외법인 우수인력의 본사임원 승진을 지속 확대해 현지인들에게 미래성장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는 삼성의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실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2013년 미국 팀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왕통 삼성전자 북경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폰 영업담당 전무가 중국향 휴대폰 22개 모델 적기 개발 주도의 공을 인정받아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왕 부사장 내정자는 전략시장인 중국의 휴대폰 영업을 책임지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미국, 멕시코, 동남아시아 지역 등 해외법인에서도 골고루 현지 임원 승진인사가 나왔다. 해외에서의 무선, 가전 사업을 확대하는 삼성전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영 최일선에서 브랜드 위상 강화와 현지시장 개척에 공헌해 온 해외근무 인력도 중용했다.

해외 근무 인력의 승진은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역대 최대 수준인 80명을 기록했다. 이중 58명은 삼성전자 소속이다.

■순혈주의 타파, 기술 임원 확대

삼성은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의 비율을 지속 늘려 순혈주의를 타파했다. 외부 영입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능력주의 인사’를 심화했다. 경력 입사자 승진 규모도 역대 최대로 지난해 141명에서 올해는 150명 수준으로 늘었다.

미래성장의 근간인 R&D, 영업마케팅, 제조·기술 부문의 승진은 지속 확대하고 스탭 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했다. 현장 중심의 인사기조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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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도하며 성과창출에 크게 기여한 R&D 부문의 승진은 1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영업 최일선에서 해외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는 영업마케팅 부문도 역대 최대 규모인 24명의 발탁 승진을 시행했다.

제조 부문도 2008년 이후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31명에 그쳤던 제조 부문 승진 인사는 올해 33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