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인사 곳곳에서 숙적 애플 상대 전투 인력들에 대한 육성 의지가 드러났다. 삼성전자 ‘갤럭시 주역’들의 직함을 올려줬고, 올 들어 애플 공세가 거세진 중국에서 분투하는 이들에 대한 보상도 컸다.
삼성전자는 무려 161명의 신임 임원을 배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그룹 전체 승진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비율이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인사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최대실적→최대승진, 예견된 결과
삼성그룹은 5일 부사장급 이하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소속 부장 이하 직원 중 161명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삼성전자 상무 승진자는 지난 2012년 133명, 올해 157명에 이어 2014년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상무 승진자 규모가 326명→335명→331명으로 비슷하게 이어진 가운데 삼성전자에서는 28명을 늘렸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다. 지난 3분기에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는 등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삼성전자 부사장이 무려 5명으로 절대 비중인 것이 어색하지 않다.
직원 수는 지난해 말 23만5천800여명에서 올 3분기 28만1천900여명으로 4만여명이 늘었다.
신종균 IM(IT/모바일) 사장과 윤부근 CE(생활가전) 사장이 짧은 사장 연차로 인해 부회장 승진을 다음으로 기약했지만 휘하 임원들에 대한 큰 당근은 기정사실이었다.
■갤럭시 주연들 초고속 승진 줄줄이
대(對) 애플 전선의 최전방인 삼성전자 세트 부문 발탁 승진은 35명으로 역대 최대다. ‘신상필벌’ 가운데 ‘신상’으로 풀이된다. 2012년 18명에서 작년에는 34명이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운 승승장구에 대한 보상이다.
무선 분야에서 중국 영업을 담당해 온 이진중 전무의 경우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북경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폰 영업담당 왕통 전무도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중국 전력을 강화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최대 규모 시장으로 갤럭시가 점유율 1위에 올라있지만 올 들어 애플이 총공세를 시작, 삼성전자의 고민이 커졌다.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세계적 관심이 모였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박현호 상무, 하드웨어 개발 김학상 상무가 각각 3년, 2년 만에 전무로 올라섰다. 구주영업 서기용 상무와 소프트웨어 개발 신민철 상무는 각각 1년 만에 전무를 달았다. 역시 애플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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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통 전무처럼 다른 해외 인력들도 적잖은 수가 승진했다. 스페인법인 통신영업 가르시아 VP (상무 승진), 네덜란드법인 영업총괄 메노 VP (상무 승진), 스웨덴법인 B2C영업 라스얀손 VP (상무 승진), 미국법인 컨슈머 영업 데니맥글린 SVP (상무 승진), 구주 휴대폰판매 장다니엘 VP (상무 승진) 등이 주인공이다.
삼성그룹 측은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한 삼성전자에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실시해 ‘신상필벌’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