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움직임 없이 친정체제 강화

삼성전자 출신 사장 계열로 파견‥그룹 장악력 배가

일반입력 :2013/12/02 16:37    수정: 2013/12/03 13:29

김태정 기자

삼성전자 글로벌 DNA 계열사 확대, 그룹 부회장 전원 삼성전자 소속, 삼성SDS 상장 준비 본격화, 삼성에버랜드 내 오너 일가 삼남매 경쟁….

이재용 부회장 후계 구도와 관련해 올 삼성 그룹 인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이 부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를 다지기 위해 글로벌 역량이 강한 삼성전자 출신을 각 계열로 전파시켜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삼성SDS에도 힘을 실은 게 주목된다.

■전동수의 삼성SDS, 오너가 주목

삼성그룹의 2일 인사 발표에 따르면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삼성SDS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승진 없는 수평이동에 가깝지만 의미하는 바는 그 이상이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이재용 부회장의 친정 체제 확립으로 범위를 좁히면 핵심급이다. 향후 계열분리에 필요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지난 9월 삼성SNS를 합병했고, 8.8%였던 이 부회장의 지분률은 11.3%로 커졌다. 전 사장의 삼성SDS행은 회사의 상장 가능성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은 이유다. 삼성SDS의 상장, 더 나아가 글로벌 성장을 오너 일가가 특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전 사장은 과감한 결단력과 배짱이 트레이드마크다. 삼성전자 디지털AV사업부장과 메모리사업부장 등 완제품, 부품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삼성SDS에서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 성과를 이끌어내고 실적 또한 향상시켜야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상장에 성공하면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큰 공신이다.

삼성 그룹 측은 “전 사장은 과감한 경영으로 삼성SDS를 글로벌 토털IT 서비스 기업 반열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 부회장, 전자에만 남았다

이번 인사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경영 일선에 남은 부회장(최지성·권오현·강호문)이 모두 삼성전자 소속인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위상 강화는 이건희 회장 뒤를 이어 삼성전자를 이끌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 상승을 뜻한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인물이고, 삼성전자의 권오현 DS부문 대표, 강호문 부회장 등도 이 부회장 친정 체제에 도움이 될 인사로 꼽힌다.

이들의 뒤를 이어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도 현재 삼성전자의 IM부문과 CE부문 대표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며칠 뒤 있을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출신들이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각각 고문과 삼성사회공헌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2선으로 물러났다.

삼성전자 조남성·원기찬·이선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각각 제일모직·삼성카드·삼성벤처투자 대표를 맡게 된 것도 관심이 모인 부분이다. 이 역시 그룹 내 삼성전자 영향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다.

■‘삼성 지주사’ 에버랜드, 오너 역할 강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 ‘삼성 지주사’로 불리는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했다는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다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이루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씩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이서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제일모직에서 이관된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을 맡게 됐다. 경영전략담당인 언니 이부진 사장과 역할이 나뉘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에서 직함이 없지만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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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가 사실상 지주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절묘하게 균점하게 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남매에게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독특한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